WHY ILLUSTRIOUS MASTERS ARE FALLING

걸출한 거장들이 매장을 닫는 이유

 

안냐세요~

정말 패션은 지금 지각변동 중인란 생각이 듭니다.

뉴욕 자주 가시는 분들은 5번가에 있는 랄프로렌 폴로매장 기억하시죠?  랄프 로렌이 어제 발표하길 이 매장을 2주안에 닫을 계획이랍니다.미국의 상징인 뉴욕에, 프레피의 상징인 폴로 플래그십 스토어는 왠지 미국 패션의 심장같은 느낌을 주던 곳이었는데요.

어제 Business Insider 지에서는 이 소식을 들은 한 기자가 매장을 방문하곤 이렇게 썼죠.

“온통 패셔너블 하지 않은 옷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폴로셔츠는 85 USD라 쓰여 있었지만, H&M에서는 비슷한 걸 9.99 USD에 팔고 있다.”

으음.. 사실 85불이 그렇게 비싼 돈은 아닙니다만, 이제 아주 잘 쓰여진 스토리의 브랜드라도 ‘너무 기본’일 경우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시대가 된 겁니다. 한 때 이 브랜드의 Large logo 폴로티를 사기 위해 2달씩 기다리던 때도 있었는데, 격세지감이네요.

그런가 하면, 한 때 전세계 캐주얼을 좌지우지하던 애버크롬비앤피치 (Abercrombie & Fitch)도 심상치 않아요…올해만 60개 매장을 닫는다고 합니다. 2014년 1000개 넘어가던 매장이 이미 800개 밖에 안남았는데 말이에요.

이 두 브랜드는 그야말로 걸출한 거장들이었죠. 폴로는 완벽한 스토리와 적절한 가격을, 애버크롬비앤 피치는 그야말로 스타일리시한 스타일의 아이콘이었으니까요. 시어즈(sears)의 매장 철수는 왠지 그런가보다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만, 이 두 브랜드의 사례는 우리에게 심각한 고민을 불러옵니다. “저런 애들도 안되는 거야..?”

여러분의 브랜드는 잘 되시나요? 왜 잘 안될까의 여러가지 이유 중 여기서 꼭 드려야 할 말씀이 두 가지 있네요.

1.브랜드 철학만으론 되지 않아요.

폴로는 브랜드철학이 아주 탄탄한 브랜드에요. 5번가 매장은, 다른 폴로 플래그십 스토어가 모두 그러하듯, 폴로가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아주 확고하게 보여주는 매장이죠.

이런 브랜드 철학을 고수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시대에 맞게 트렌드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란 문제는 모든 브랜드의 고민일 겁니다. 근데 말이죠. 원래 답은 하나 인것 같아요. 패션 브랜드가 트렌드와 싸우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원래 우리는 트렌드의 숙명을 타고났으니까요. 굳이 싸우고 싶다면, 이건 트렌드가 이기는 싸움이랍니다. 패션에서 트렌드는 항상 이겨요.

어려워 보이기는 해도 ‘트렌드를 적용하며 철학을 고수하는 길’을 찾아내는 것 만이 브랜드를 생존시키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2. 감도만으론 되지 않아요.

지금 특히 애매해진 브랜드들은 ‘감도’로 승부하던 브랜드들일 거에요. 우리는 차별화된 감도가 있다라고 자부했던 브랜드들은 물론 그마저도 없는 브랜드들에 비하면 한결 나은 위치에 있긴 합니다.

과거에 우린 대부분 ‘감도’라는 건 옷의 스타일과 비쥬얼한 광고 등에서 묻어난다고 믿었는데요.

요즘 잘나가는 브랜드들은 영화를 찍고, 이벤트를 벌이고, 창조적인 패션쇼를 열고, 파티를 여는 등 다방면으로 소비자와 소통해 나가고 있죠. 이런 브랜드를 보다가 옷과 광고로만 승부하려는 브랜드를 볼 때, 소비자는 뭔가 시대에 뒤쳐진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이렇게 다방면의 전방위적인 소비자 소통을 하려면, 애초에 ‘감도’보다 더 찐한 취향과 스토리가 필요해요. 감도가지고 영화를 어떻게 만들고 감도가지고 어떤 스타일의 파티를 열 생각인가요? 홍보대행사에 그냥 맡기나요?

요즘은 그 옷을 만드는 회사나 디렉터가 재즈나 락에 미쳐있다던지, 아니면 주로 어떤 영화감독과 친분이 있다던지, 컬트 무비 광이라던지, 아니면 디렉터가 특히 어떤 스타일에 집착하는 바가 있다던지 하는 요소가 필요해요. 우리가 요즘 캐주얼을 Obsession 문화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애버크롬비는 Obsession이 부족해요.

요즘은 “그 친군 뭐가 좀 있어 보이지 않니” 란 정도의 감도는 이제 마음을 움직일 수 없어요, “그 친구의 정체는 이거였어”란 뚜렷한 존재감이 필요해요.

모두 쉽지 않은 이야기에요. 이번 주 금요일 세미나에선 이 부분에 대한 심도있는 내용이 다뤄질 계획이랍니다(만석이라 지금 신청은 불가합니다). 하지만 자꾸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내용이죠,

낼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