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S THE BEST? WHO KNOWS?

“저런 옷이 왜 상을 받는 거에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좀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왔어요. 제가 지난 번에 썼던 칼럼에 대해 한 분이 그런 질문을 해주셨어요

이 친구 기억나시나요?  매티 보반, 루이비통이 패션학과 졸업생 중 뛰어난 역량을 가진 친구들에게 주는 LVMH Prize’ graduate’ 부문 수상자에요. 그리고 이 친구 의 옷은 요랬었죠.

 제가 받았던 질문은, 이거 였어요.

“저런 옷이 왜 상을 받나요?  옷을 저렇게 만드는게 능력이 있는 건가요? 도대체 디자인을 잘 한다는게 어떤 건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이건 정말이지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지금 인정받는 친구들의 쇼를 보고, 저 친구들이 왜 인정받는지 정확히 공감한다는 것이야 말로 패션세계를 바로 이해하는 것이거든요.

패션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쇼의 룰을 이해해야 해요. 쇼에 나온 제품들은 ‘쇼피스(Show piece)라고 해요. 쇼피스는 쇼를 위한 피스들이란 뜻이죠. 말그대로,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걸 100% 담아 보여주는 거에요.

수주는 쇼가 끝난 뒤 쇼룸에서 이뤄지는데, 쇼룸에 걸려 있는 옷들은 실제 판매를 위한 옷들이죠. 쇼피스는 판매되는 옷과 전혀 다르지는 않아요. 단지, 더 과장되고, 노출이 더 심하고, 더 장식적인 경우가 많죠.

디자이너에 따라 쇼피스랑 실제 제품이라 거의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고, 차이가 꽤 큰 경우도 있어요. 의견도 분분해요. 디자이너간에도, 팔릴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도 있고, 쇼피스는 디자이너의 마지막 자유라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도 있죠. 놀랍게도 릭 오웬스(Rick Owens) 같은 경우는, 그렇게나 실험적인 데도, 쇼피스가 곧 판매제품인 드문 디자이너랍니다.

이제 보반의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볼께요. 저한테 저 옷이 정말 좋은 디자인이냐고 물으신다면, 전 할 말이 없어요. 하지만 보반이 좋은 디자이너냐고 물으신다면 그 대답은 예스랍니다. 보반에게 주어진 상은 ‘보반’에게 주어지는 것이지, 저 옷에게 주어진게 아니에요.

우리가 디자이너를 평가할 때에는 그의 ‘이력’이란게 중요해요. 보반은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뒤, 미우미우와 마크제이콥스에서 실적을 쌓았어요. 그가 거기서 진행한 디자인은 누구라도 한 번 보면, 아, 저게 보반이 한 거였어? 하고 알만한 것들이죠.  한번 그의 이전 디자인들을 볼께요.

먼저 미우미우에서의 그의 작품이에요.

이 스타일 기억나시나요?  미우미우 Prespring 2017 중, 전에 볼 수 없었던 힙합풍 아이템들이 섞여 있었던 기억하시는 분 계실 거에요. 그건 보반의 터치랍니다.

또 마크 제이콥스에서의 디자인도 한번 볼께요.

네, 이 디자인도 기억나시죠? 마크제이콥스가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를 접고, 한 브랜드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한 뒤 열었던 첫번째 쇼,  DIY풍의 스타일을 선보였던 2016 ss 컬렉션 중에서도 주요 작품이었어요.

보반을 평가 할 때, 사람들은 그가 그동안 걸어온 길을 보며 그를 평가하는 것이랍니다. 보반이 저런 입지못할 니트류만 해온 디자이너라면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보반이 보여줘 온 여정은 어린 나이임에도 혁혁했죠.

이런 경우는 역으로, “와, 저 실험저인 니트들이 매장에는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될까’란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요. 그런 기대감은 바이어를 쇼룸으로 몰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죠. 진짜가 보고 싶으면 쇼룸으로 가게 되어 있으니까요.

가끔 쇼 하나만 보고, 저게 옷이냐는 둥, 패션이 저렇게 알 수 없는 거냐는 둥 하는 분들을 보면, 글쎄요 일반인들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업계에 몸담고 있다면 그런 말은 이상한 것 같아요.

반대로 쇼하나를 보고 너무 감동받았다면서 극찬하는 것도 이상해보인답니다. 패션계에서의 평가는 디자이너의 스토리와 함께 하는 것이에요.

지금 왜 JW앤더슨이 뜨느냐구요? 그의 쇼 하나를 보시지 마시고, 적어도 그가 펼친 2-3년의 쇼와 실제 그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을 한번 찾아보시면 답이 쉽게 나올거라고 생각해요.

오늘은 조금 다른 얘기였네요.

낼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