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괜찮은 거니…
안녕하세요? 벌써 금요일입니다.
요즘 쿠팡때문에 말이 많죠? 최근 2몇년 간 쿠팡의 손실은 엄청납니다. 2015년 -5470억원, 그리고 2016년 -5650억원…무려 1조! 소프트뱅크에서 투자한 돈이 2년간 모두 사라진 셈이죠.
일이 이 지경이 된데에는 ‘로켓배송’이란 원대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쿠팡맨들을 대거 고용하고 물류센터를 지어야 했으니까요. 물론 이 과정을 통해 매출도 오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어제, 쿠팡맨을 줄이고 위탁배송을 늘린다는 보도가 난 상황이에요.
1. 쿠팡, 징동닷컴에 비해 무엇이 모자랄까
쿠팡의 정책은 ‘직매입 직배송’으로 특징지워졌죠. 직매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이 매입한 물품들을 쌓아두려니 또 물류창고가 필요했죠. 그리고 이를 직배송하자니 또 이번엔 배송맨들이 필요했던 건데요.
언뜻 듣기엔 징동닷컴과 매우 유사해보입니다. 징동 또한 직매입 직배송을 특징으로 해서 알리바바를 따라잡고 있는 무서운 기업이죠. 알리바바는 ‘아무나 제품을 올리고 파신 후 알아서 보내시오, 내게는 수수료만 주시오’란 전략이라면 징동은 ‘좋은 제품을 직매입해서 좋은 가격에 직접 보내드립니다. 제품도 배송도 걱정마세요’란 전략이었죠.
징동은 최근 크라운드펀딩 사이트와 스타트업 엑셀레이터 기능도 병행해가며 으뜸 알리바바와는 또다른 모범기업으로 자리잡고 있죠.
쿠팡도 좀 기다리면 과연 이렇게 될까요?
2. 징동도 직접배송은 계륵
근데 실상을 보면, 징동도 직접배송은 참 버릴 수도 없고, 계속 달고 가기도 힘든 계륵같은 존재랍니다. 그동안 징동은 판매에서 번돈 배송에서 깎아먹는 일을 쿠팡과 다를바없이 걍 꾹참고 견뎌왔어요. 근데 왜 안 휘청하냐구요? 중국은 우리와는 달리 우선 성장가도에 있는 국가예요. 사람들의 유입률은 둔화될 지언정 점점 늘어날 것이고, 매출 증가도 약속되어 있죠. 아직 미개발된 시골지역까지 고려하면, 그들은 저절로 매출이 늘어날 상황은 약속받은 것과 같아요. 더구나 시장도 크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감내해도 충분한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죠.
그런 징동도 최근 물류정책에 변화가 생깁니다.
원래 구매액이 79위안이 넘으면 무료 배송이었는데, 이젠 99위안 넘어야 공짜구요. (요즘 다들 무료배송 단가를 올리고 있죠?) 앞으로는 아마존과 같은 3PL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합니다. 3PL 방식이 뭐냐구요? 내 물류창고를 나도 쓰고, 또 누구 쓰고 싶은 사람있음 저렴하게 빌려줄테니 같이 쓰자꾸나, 란 방식이죠.
3. 결국 아마존이 답이라오
결국..모든 중국의 이커머스 기업들은 결국엔 아마존이란 답으로 돌아온단 생각이 듭니다. 아마존의 전략은 징동위에 있고, 알리바바 위에 있어요. 20층 컨물에 알리바바가 10층이라면, 징동은 11층, 12-19층은 공실, 20층에 펜트하우스 아마존이 들어앉은 모습이랄까요?
아마존은 말입니다.
첫째, 직매입따위 하지 않아요..라고 썼었는데요. 하핫. 직매입 물량이 있다는 군요. ‘sold by amazon’이란 꼬리표가 달려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직매입이랍니다. 페북에서 Changwoo Byun님의 도움말씀이 계셨어요 감사! 부분 직매입이 있지만 아마존의 원칙은 ‘너네가 알아서 올리고, 팔리면 수수료를 내세요. 근데 짝퉁팔다 들키면 죽는다!’ 에요. 그러면 배송은 알아서 하냐구요? 아뇨 그 부분이 천재적인데요.
둘째, ‘너네가 알아서 올리기 전에 팔릴 물건은 아마존 창고에 갖다두세요. 만약 판매가 일어나면, 우리 창고가 알아서 배송해줍니다.’ 라는 주의에요. 그래서 정확한 스탁관리가 가능한데다, 중소사업자는 배송에 관해 신경쓸 필요가 없어요. 또한 짝퉁관리도 가능해지죠. 짝퉁 팔다 들키면, 아마존이 자기 창고에 쌓인 물건 조용히 폐기해버리곤 돈도 안줘버립니다. 멋지죠? 근데 요즘 중국인들에게 중국에서 직배송하도록 물건 올리는 코너를 만들어 주었다가, 얘네들이 자꾸 짝퉁을 팔아 골칫거리랍니다. 혼내줄 방법이 없어서요!
세째, 아마존의 또하나의 천재성은 ‘우리랑 꼭 거래안해도 됩니다. 그 누구에게라도 남는 건 다 빌려드림’이란 데서 나옵니다.
1.워매~ 엄청난 물건들이 업로드 되다보니 서버가 무한대여야 하네? –> 무한대 서버구축 –> 어? 자리가 남네? –> 남는 서버 빌려드립니다~~ –> AWS(Amazon Web Service) 사업구축
2.워매~ 엄청난 물건들을 쌓아야 되니 물류창고 자꾸 지어야 하네? –> 미국내 대형창고 100개 이상 구축 –> 어? 자리가 남네? –> 다들 자기 물건 맡기세요. 남의 배송도 대신 해줍니다–> FBA(Fullfilment by Amazon) 사업구축 (이게 3PL방식, 3자물류 방식이에요)
요컨대 아마존은 돈이란 꼭 쇼핑몰에서 버는게 아니더란 말이죠.
위의 사항에서 첫째만 따라한게 알리바바, 둘째만 따라한게 징동이죠. 세째에선 서버만 따라한게 알리바바, 이번에 물류만 따라하는게 또 징동입니다. 하핫. 왜 아마존 혼자 펜트하우스에 있다고 했는지 이해되시죠?
4. 그럼 쿠팡은?
…모르겠네요… 지금 아무도 모른답니다. 왜 로켓배송을 시작했는지, 지금은 무슨 생각인지…이 작은 나라에서 혼자만 쓰려고 물류창고를 짓고, 혼자만 쓰려고 쿠팡맨 시스템을 도입한 건 왜였는지..? 그리고 다들 3PL로 나가는 시점에 이번에는 되려 쿠팡맨과 직매입 비중을 축소시키고 있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사실 이걸 아는 사람은 쿠팡 경영진밖에 없을 듯 해요. 정말 다 죽고 나만 남을 때까지 해보자는 그런 전략인가? 이 전략은요, 실패가 이미 알려진 전략이에요. 그러니 괜히 이런짓해서 나도 망하고 인심도 깎아먹을 이유가 없어요. 한 번 망한 다음에라도 다시 일어설 힘 정도는 좀 남겨둬야 하잖아요.
돌이켜보면…징동도 자기네가 중국의 아마존입네..했지만 아마존이 아니었던 것이고, 쿠팡도 로켓배송 계획을 발표할 때 한국의 아마존입네..했지만 아마존이 아니었죠.
쿠팡의 미래, 누가 알겠어요. 하지만 불안합니다. 거래중이시라면 포트폴리오를 좀 넓히는 것도 생각해보셔야 할 듯요.
담주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