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RUNWAY ‘FASHION STARTUP’

프로젝트 런웨이 ‘패션스타트업’

안녕하세요? 오늘은 신기한 프로그램 이야기 하나를 들고 왔어요. 바로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젝트런웨이의 스핀오프 버젼, 프로젝트런웨이  패션 스타트업(Project Runway: Fashion Startup)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0월20일에 시작해서 12월 8일까지 방영됐었어요.

왜 그 때 안쓰고 지금 쓰냐구요? 하아..제가 이걸 어제 알았네요. 저도 세상의 모든 패션소식을 가장 빨리 알고 싶지만..그렇지 못하답니다..쩝.

저는 실은 어제 미국의 잘나가는 패션스타트업들을 정리하고 있었답니다.  이 중  ‘Socks101’이란 패션스타트업이 있어요. 이 회사는 패셔너블하고 독특한 양말들을 ‘월 구독형 시스템’으로 판매하는 회사죠. 즉, ‘한달에 고정적으로 몇켤레씩 보내주세요’ 라고 신청하는 Monthly Subscription으로 양말을 판매하는 회사에요. 그런데 이 회사 관련 기사 중 그런 글이 있더군요. “삭스101, 프로젝트런웨이 패션스타트업에서 2만5천불을 펀딩하다” 그래서 오잉? 이것이 뭔소린가? 해서 이 프로그램을  찾아보게 됐어요.

이 프로그램은 4명의 패널이 나옵니다. 이 패널들은 심사위원이 아니라 ‘투자자’에요. 바로 요 4명이죠.

맨 왼쪽:  카티아 보챔프(Katia Beauchamp) 잘나가는 화장품 스타트업 Bitchbox 대표. 참고로 Birchbox또한 Monthly Subscription 시스템이랍니다.
왼쪽에서 2번째 : 개리와스너(Gary Wassner) 월스트리트 쪽 잘나가는 투자자.

오른쪽에서 2번째: 요즘 전세계 공항마다 입점하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레베카민코프(Rebecca Minkoff)의 그 레베카 민코프에요. 잘팔리는 브랜드, 하면 코어즈(Kors)하고 민코프가 떠오를 정도.
맨오른쪽 : 크리스틴 헌시커(Christine Hunsicker).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을 위한 옷 렌탈 회사 GwynnieBee의 대표. 이 사이트 또한 Monthly Subscription 시스템인데, 현재  플러스사이즈패션의 넷플릭스라고 불립니다.

여기서 첫번째 우리나라와는 아주 다른 점이 있어요. 이들을 모두 ‘투자자’라고 가정할 때,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저 4명은 모두 벤처캐피탈회사에서 온 사람들이지, 패션계 사람들이 아닐거에요.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이런 동종업계의 사업가가 투자자가 되주는 일이 매울 드물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바로 이들이 투자를 해준답니다.

프로그램에선, 섭외전문가들이 괜찮은 스타트업들을 일일이 섭외했어요. ‘이런 프로에서 한번 펀딩 트라이 해볼래?’  란 제의에 ‘ok’라고 한 친구들이 매회 몇팀씩 등장하는 거죠. 그럼 이들은 4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속칭 PT를 합니다. 요렇게요.

투자자들은 이 내용을 듣고 궁금한 것들을 질문합니다. 이 과정에서 흥미를 잃으면 하나씩 ‘난 빠질래’하고 비딩을 포기하죠. 만약 다 포기하면, 이 참가자는 아무에게도 투자를 받지 못하는 거에요.

여기서 또 우리나라와 다른 점 하나. 이 프로그램에 대한 많은 블로그글과 기사를 보고 미국인들은 하나같이 ‘참 투자받기 어렵다’고 평했어요.  그런데 한국인인 제가 보기엔 ‘참 투자받기 쉽다’는 생각이었답니다. 왜냐면, 이 프로그램에서 투자를 받은 기업은 모두 16개나 되었어요. 즉 매주 2팀씩은 투자에 성공했다는 거죠. 아래가 방송국에서 공개한 그 리스트에요.

이 프로그램에서 펀딩에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를 몇가지 볼까요?

IX STYLE:

이 회사는 ‘워라치(Huarache)’라는 가죽끈 샌달을 파는 회사에요. ‘TOMS’와 아주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죠. 탐스가 아르헨티나에서 돈이 없어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을 돕고자 만든 회사라면, 익스는 과테말라에서 오염된 물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거에요. 탐스는 아르헨티나 전통신발 알파르가타를 만들어 팔았다면 익스는 과테말라 전통신발 워라치를 팔고 있어요.

이 회사의 대표 프란체스카 케네디는 아주 PT를 잘했어요. 자신의 비젼만 말한게 아니라, 사업적으로 GAP과 J.Crew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자신의 신발을 널리 알려줄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심사위원들의 매의 눈같은 날카로운 질문에 솔직하고 만족스런 대답을 했답니다.

결과는? 개리 와스너, 레베카 민코프, 카티아 보챔프가 모드 각 5000달러씩 투자하는데 합의했어요. 그래서 15000달러를 투자받는데 성공하죠.

여기서 또 생각해야 할 점. 아까 삭스101도그렇고 익스도 그렇고, 이들은 모두 알려진 스타트업이에요. 그런데 이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투자받는데 성공한 돈은 그렇게 크지 않아요. 삭스101은 한화 3천정도, 익스는 2천이 채 안되는 돈이니까요. 투자자 입장에서도, 지금 익스에 1인당 넣은 돈은 500만원 좀 넘는 돈이죠. 작은 돈들도 기꺼이 투자하고, 투자받는 게 일상화된 게 미국이란 나라의 사업 생태라는 건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에요.

 

SUPERFIT HERO

이 회사도 아주 잘나가는 스타트업이랍니다. 요가복, 짐웨어 등을 판매하는 회사인데, 이 회사는 킥스타터에서 투자받아 시작했죠. ‘플러스 사이즈 운동복‘을 표방하면서, 이 회사의 킥스타터용 비디오는 그런 이야기를 해요.

“미국의 대부분의 운동복은 2-12 사이즈까지만 나와요. 하지만 미국 여성들의 평균 몸매는 플러스 사이즈에요. 우리는 우리의 바디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이 비디오에서 이야기한 ‘Body Positive(자신의 바디에 긍정적인)‘ 이란 단어는 금새 유행어 가 됐죠. 이 기업의 대표 미키 크리멜이 등장했을 때, 많은 시청자들은 음, 이 기업은 투자받을 거야, 라고 확신했을 거에요.

그런데 결과는 실망스러웠답니다. 크리멜은 모순된 자기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투자자들은 플러스 사이즈에서 매출이 얼마나 나오는지 물었지만, 이 회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브랜드와 다를 바 없이 2-12사이즈에서만 70% 이상의 매출몰이를 하고 있었죠. 자신의 모토와 모순되는 비즈니스를 하는 걸 지적하자, 심지어  비즈니스니까 어쩔 수없다는 반응을 보여요. 투자 결과는 꽝.

여기서 또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은요. 아마 TV방송용이라 그런 점도 있겠지만, 투자자들이 돈만보지 않는다는 거에요. 단 500을 투자하더라도, 비젼과 신념, 미래가 일치하는 기업이 오래간다는 정석을 단호히 신뢰하고 있다는 거죠.

이 프로를 조사하면서, 제가 하나 여러분께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미국과 한국의 현격히 다른 투자분위기, 여러분은 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은 동업을 하면 망한다, 라는 생각이 팽배하죠. 미래는 콜라보의 시대라고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고루한 생각에 갇혀있어요. 사실 미국인뿐 아니라 중국인들도 우리보다 더 투자와 동업을 잘한답니다. 과연, 그 이유가 뭘까요?

전 우선 법체제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고 봐요. 상법이 엄해져서, 미국처럼 아무리 작은 사업이라도 파트너간의 배임이 일어났을 경우, 처벌 수위가 높아야 해요. 우리나라는 실제로 작은 사업 일수록 동업하는 순간 배임이 횡행해요. 아울러 미국의 경우, 이자수익에 대한 세금이 너무 높아서, 자본가들이 현금을 그냥 은행에 두지 않는 습관이 있다는 군요. 경제체계가 투자를 장려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는 얘기죠.

둘째는, 따지고 묻고, 계산하는 걸 당연시해야 해요. 그래서 늘 완벽한서류들이 잘 준비되어야 하구요. 우리나라는 작은 돈을 투자하면서 일일이 개입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암묵적인 태도들이 투명성을 해치거든요. 중국은 음력설 전에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엄청난 주주회의가 열린답니다. 이 주주 회의는 대단해서, 소액주주라도 다 모여서 1년간의 일들을 정산하고, 내년 일을 토론해요. 전 2번 봤는데, 서로 엄청나게 꼼꼼히 질문하고 따집니다.

이 모든 것이 잘 되려면, 작은 것 하나도 투명해야 해요. 우리모두 칸투칸이 되어야 한단 이야기에요. 

지금 큰 기업들은 브랜드를 정리하며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으면서, 새로 생기는 신생기업에겐 투자하지도 못하는 실정이에요. 너도 나도 런칭해서 이 작은 내수 시장을 서로 교란시키기 보다는 상생하는 투자가 정말 이뤄져야할 시점이지만, 체계와 마인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아쉽단 생각이 많이 들었답니다.

오늘 스토리 길었죠?  하지만 꼭 생각해 보아야할 이야기에요.

낼은 좀 가벼운 걸로 가지고 올께요~ 낼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