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럭셔리 벤쳐’ 출범!
안녕하세요~ 오늘은 며칠전 루이비통이 발표한 ‘LVMH 럭셔리 벤쳐(LVMH Luxury Ventures‘ 출범 소식을 들고 왔어요.
벤처 투자 붐이 패션계의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답니다.
루이비통이 출범시킨 ‘LVMH 럭셔리 벤처’는 일종의 투자 자회사에요. 루이비통이 만든 벤처캐피탈이랄까요? 루이비통은 이제 투자계 큰손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이들은 “유망하고 빠른 성장세에 놓인, 럭셔리 제품을 추구하는 영브랜드“에 투자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연매출 200-500만유로를 기록하는 브랜드 대상이라고 했죠.
이 말은 다시 말해, 대중형 저가 제품에 투자하지 않겠단 의미인 동시에, 성장률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제품은 명품이라도 투자하지 않겠단 의미를 담고 있죠. 모에 헤네시(Moet Hennessy가 루이비통을 인수 한 뒤, 패션계로부터 배운 교훈이 모두 담겨있는 기준이라 할 수 있어요.
루이비통이 인수한 브랜드 중 불가리(BVLGARI)와 로로피아나(Loro Piana)는 명품 중에 명품이었지만, 잘된 투자라고 보기엔 높은 브랜드 가치에 비해 성장률이 너무 저조했어요. 이건 정말 패션 명품만이 갖고 있는 모순이라 볼 수 있어요.
루이비통에겐 두 가지 기준이 있었던 거 같아요.
첫째는 젊은 소비자를 겨냥하는 수익원이 LVMH에 부족하다는 인식이에요.
지금 모든 명품계의 가장 심각한 고민은 10대들에게 점점 구린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는 거에요. 브랜드 밸류는 높아보이지만, 미래에는 무덤만이 남아있다는 불안감, 바로 이것이 발렌시아가가 뎀나를 영입하고, 구찌가 미켈레를 영입하는 파격인사를 부른 원인이랍니다. 젊은 친구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죠.
그런 파격인사를 하지 않은 루이비통은 남몰래 보수적이고 조용한 길을 걸어왔어요. 여러가지 실험을 하면서요. 우선 갖가지 M&A 실험을 해봅니다. 젊은 브랜드 DKNY를 사보기도 했구요. 이 때 같이 샀다 되뱉은 도나카란(Donna Karan)은 루이비통이 최초로 되뱉은 브랜드로 남아있죠. 이 회사는 되뱉지 않기로 유명한데 말이에요.
한편으론 LVMH prize를 만들어 젊은 신진 디자이너들의 세계를 탐험해보기도 합니다. 갑자기 나타나 패션계를 흔드는 버질 아블로나 뎀나같은 존재가, LVMH입장에선 ‘이 넘들은 대체 어떤 넘들이지?’ 싶어 정말 궁금했을 거에요.
그리고 드디어 그들과 LVMH가 만나는 실험을 해보죠. 일본의 Fragment Design과 콜라보를 한 뒤, 루이비통은 정말 뭔가를 깨달은 거 같아요. 저는 그것이, “우리이름보다 Fragment 이름이 젊은 애들한텐 갑이구나”라는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래서 한때 소송걸어 면박을 주었던, 그러나 지금은 루이비통을 능가하는 거리의 황제로 커버린 슈프림(Supreme)과 획기적인 콜라보를 다시 진행하게 되죠. 그 결과는…젊은 친구들에게서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핵폭풍급 찬사였으니, 루이비통은 다시금 미래 전략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었죠.

루이비통은 아마 할 수만 있다면 슈프림(Supreme)이나 베트멍(Vetements)를 인수하고 싶었을 거에요. 그리고 그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지난 금요일 럭셔리벤쳐 출범을 알렸죠. 아주 솔직하게, 장기적으로는 인수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서요.
두번째 루이비통의 기준은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다는 거에요.
우리나라는 라이프스타일 하면 인테리어 소품을 떠올리는데 해외는 그렇지는 않아요. 패션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하면, 패션의 확장요소인 메이크업, 쥬얼리 등을 먼저 떠올리죠. 루이비통도 바로 그런 정도로 지금은 생각 중이에요.
루이비통은 2015년 애플에서 음악 담당하던 이안 로저스(Ian Rogers)를 델고 와요. 디지털치프로 명명하죠. 이 사람이 루이비통 들어오면서 한 말이 뭐였냐면, “패션의 가장 큰 도전자는 앞으로 뷰티산업이 될거에요”였답니다. 아닌게 아니라 지난 한해 뷰티 시장은 미국에서만 48% 성장했고, 전 세계적으론 곧 2배넘게 성장할거라고들 여러 기관이 발표하고 있어요.

LVMH 벤쳐는 그래서 패션 뿐 아니라 코스메틱, 쥬얼리, 액세서리 등등에 투자하겠노라, 라고 공식선언을 했답니다. 정말이지 이 자회사의 출범에는 오랜 경험으로 깨달은 모든 비즈니스적 결정들이 함축된 걸로 보여요.
루이비통의 사례는 앞으로 패션기업이 가져야 할 차세대 포트폴리오란 무얼까란 질문을 던져줍니다. 우리 패션기업은 제조사인가요? 아니면 영업회사인가요? 그런 질문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미래는 보이지 않을 거에요.
루이비통이 제 2의 슈프림을 만들어 성공시킬 확률은 0%로 보이지만, 누군가 만든 제2의 슈프림에 투자해 성공시킬 확률은 훨씬 높죠. 패션계가 중시하는 “유전자”라는 개념은 내가 원한다고 내 회사에서 만들어지는게 아니랍니다.
전 루이비통의 사업방식을 넘나 애정해요. 진중하고 세련되고 매너 있죠. 매입한 브랜드를 함부로 되팔지 않는 진중함( 도나카란…대체 얼마나 못한거니..), 10년전에도 슈프림을 고소는 했지만, 잔인한 보상보다 ‘걍 회수해서 태워버려’ 라고대인배적 쪽만 주었기에 오늘날 다시 손잡을 수 있었으니까요.. 하핫, 이거 다시 생각해도 정말 웃겼어요.
우리는 투자란 개념에 얼마나 친숙한가요? 여러분은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으세요? 혹은 투자받을 준비가 되어 있으세요? 어쩌면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할 건 ‘돈 되는 브랜드’가 아니라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 방식’이 아닐까 싶네요.
낼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