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폐쇄적 고급스러움은 끝났다.
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책상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음,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쓰지?’ 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설렌다. 하핫 이 말은 제가 한 말이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말이에요. 그런데 가끔 ODOT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을 때, 이 말이 생각 나는거 보면, 아직까진 제게 ODOT 쓰는게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얼마 전 한 의류업계 CEO랑 식사를 하다 그런 대화를 했어요.
요즘 패션기업들은 온라인-오프라인 병행하다보니, 한 가지 모순점에 봉착하게 되는데, 다름아닌 유지비용이 많인 드는 오프라인에선 매출이 나지 않고, 유지비용이 덜 드는 온라인쪽으로 고객이 몰리게 되는 점이랄까요? 그렇다고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이, 실은 백화점에 매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 브랜드들의 온라인 매출을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CEO께선, 신상은 온라인에서 팔지 못하도록 하셨답니다. 그래야만 오프라인 매출이 올라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서 제 의견을 물어보시더군요. 어떻게 생각하느냐구요.
음, 제 의견은, 소비자에게 불편감을 줘서 생기는 Exclusivity를 확보하는 시대는 이제 끝난 것 같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아무데서나 살 수 없다던가, 우리 제품은 아무나 소화할 수 없다던가, 이런 것들이 사실 고급함을 빚어내던 시절이 있기는 했어요.
그 때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많지 않아서, 한 경로가 폐쇄되면, 다른 경로로 되돌아 올 수 밖에는 없는 시대였달까요? 그러니 기업이 경로를 제어 함으로써 브래드 이미지를 관리하는 게 일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 시대죠. 문제는 내가 오프라인 경로를 막아도, 경쟁사는 열어두었기 때문에, 고객은 우리 오프라인으로 리턴하는게 아니라 경쟁사의 온라인으로 유입될 뿐이라는 거죠. 또 그 경쟁사들이 의견을 같이하기도 힘든 것이, 온라인 시장에는 국경도 무너지고, 기업 규모도 무너져 있습니다. 즉, 온라인에선 고객들이 1인 디자이너의 옷부터 글로벌 대기업의 옷까지 같은 선상에 걸어두고 비교한다는 것이죠. 여기서 빠져나와 봐야 나만 손해인 시장이 되었단 겁니다.
지난 주에 루이비통이 흥미로운 발표를 하나 했어요. LVMH에서 새로운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자사 제품뿐 아니라, 경쟁사의 럭셔리 제품도 함께 팔 수 있는, 순수 유통 입장의 쇼핑몰을 5월중 오픈할 예정이라는 거죠.

LVMH는 한 때 폐쇄 마케팅의 1인자였죠. 이들의 제품은 온라인에선 결코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면세점도 얼마 전에야 겨우 접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정품 매장에서 정가를 주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브랜드로 스스로의 럭셔리함을 지켜왔어요.
그러나 이렇게 하다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젊은 층에게 잊혀지더라는 거죠. 이들은 그런 불편한 루트를 통해 LVMH를 만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최근 킴 존스(Kim Jones)가 루이비통 남성 디렉터가 되면서 보여준 많은 변화, 그것들이 없었다면 아마 루이비통은 젊은 층에겐 할머니나 들던 브랜드로 남게 되었을지도 모르죠.

최근 루이비통은 스스로 그 폐쇄성을 깨는데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죠. 먼저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손을 내미는 여러 사업들을 벌여가고 있구요. 여기에 루이비통이란 공룡 브랜드도 젊은 브랜드와 콜라보해서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는데요.
특히 얼마 전에는 벤처캐피탈을 만들어 투자사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죠.(ODOT에서 이미 쓴 바 있으니 찾아서 읽어보세요)
여기에 이제 쇼핑몰까지 구비하고 나면, 이 기업의 포트폴리오는 이제 완전한 개편으로 접어들지 않겠나 싶네요. 과거엔 명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기업이었다면, 이제는 투자사이자, 유통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입니다.
아울러 그 개편의 방향은, 이제 내 브랜드를 통해 돈을 벌겠다, 가 아니라, 내 것이건 남의 것이건 되는 브랜드들을 통해 돈버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죠.
우리의 포트폴리오는 어떤가요? 내 브랜드에 죽자살자 쏟아붇는 시대에서 조금 더 오픈된 구조로 나아가지 않으면 지금은 그런 투자가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LVMH는 실은 이미 Les Bon Marche같은 백화점을 소유한 기업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스슷로 M&A를 많이 해본 기업이었기 때문에 투자사나 유통기업으로서의 선택 폭이 넓다는 좋은 환경에 놓여 있었죠.

우리의 상황은 어떤 가요? 여러분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계시죠?
오픈 마인드!
우리의 차세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꼭 필요한 단어는 바로 이거란 생각이 드네요.
낼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