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JACKING’ ILLEGAL?

‘로고 끌어다 쓰기’, 이젠 리스펙이다. 

안녕하세요? 저 출장갔다 잘 돌아왔습니다아~

오늘은 오랜만인데다가 월요일인만큼, 좀 재미있는 테마로 가져왔어요. 바로 티셔츠 그래픽이죠!

해마다 인기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베트멍(Vetements). 올봄엔 또 신기한 제품을 보셨을 거에요. 바로 어딘가 챔피언(Champion)스러운 베트멍 티셔츠들이죠. vetements-menswea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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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멍에서 챔피언 로고를 리워크한 건데요. 요즘 이런 짓 하는 디자이너들이 너무나 많죠. 이런 짓들을 뭐라고 부를까요? 해외에서도 여러 단어가 쓰이는데요. 로고 플립(Logo Flip : 남의 로고 건들기), 하이프드 로고(Hyphed Logo: 가짜 로고) 등등.. 전 그 중에 로고 재킹(Logo Jacking: 로고 끌어다쓰기)이란 말이 마음에 들더군요. 로고 재킹 한 디자이너들 몇을 더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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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세리머니(Opening Ceremony)에서도 Kodak을 끌어다 쓴 적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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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베트멍이에요. 작년에 없어 못팔았다던 DHL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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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수퍼루키 고샤 루프친스키(Gosha Rubchinskiy)의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끌어쓰기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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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The North Face)로고를 리워크한 후드 바이 에어(Hood By Air)

이 중  오프닝 세리머니(Opening Ceremony)고샤 루프친스키(Gosha Rubchinskiy)는 모두 일찌감치 2015년 추동에 이런 시도를 했었죠.  그 뒤론 점점 많아져서, 캐주얼 브랜드들에선 이런 로고 재킹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뭐 이런 짓만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도 생겨날 지경이에요.

얼마 전 무신사 페이스북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무신사(Musinsa) 에디터인 장윤수씨가 자기가 산 옷을 자랑하러 포스팅했는데, 밑에 댓글들이 처음엔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죠. 왜냐면 아래의 티셔츠에는 VETEMENTS, OFF-WHITE, THRASER 등 온갖 유행브랜드 로고가 전부 뒤섞여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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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무신사닷컴 페이스북

근데.. 저게 짭일리가 없잖아요. 궁금해서 윤수씨에게 물어보니 저 옷의 작품 이름은 무려 ‘ANTISOCIALTHRASERSUPREMEVETEMENTSPABLOVLONEOFF-WHITESOCIALCLUB’이었답니다. 알고 봤더니 Pizzaslime 이란 친구들의 작품으로 요런 식으로 로고만 뒤섞는게 장기였죠. 이 친구들 티셔츠는 쓰레기 패션, 빈곤패션이란 비판이 일부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품절 될 정도로 잘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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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생기죠. 이런 로고 재킹은 합법적인 걸까요?

사실 주로 이런 로고 재킹들은 언더그라운드 브랜드들이 대기업 브랜드들을 재킹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초기엔 라이센싱 계약이랄 것도 없고, 그냥 가져다 쓰곤 했죠.  그렇다고 해도 뭐랄까, 큰 기업에선 작은 디자이너에게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너무 잔인한 일이기도 한데다, 카피와는 다른 창작성이 있어 막상 법정에서도 법리다툼할 여지가 있는 것이거든요. 거기다 은근히 홍보효과도 있고 말이죠.

근데 이것이…트렌드가 바뀌면서 문제를 일으켜요. 앞선 칼럼에도 얘기한 바 있지만, 제레미 스캇(Jeremy Scott)같은 경우는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자기 옷에 그대로 프린트하는 행동을 저질러 소송을 당하죠. (관련기사 클릭)이건 표절이니까요.  자기 쇼에서 한번, 모스키노(Moschino)쇼에서 또 한번요. 어떤 소송은 이기기도 했지만 이런 행동은  젊은 디자이너 및 문화계 인사들의 많은 공분을 샀구요. 아무리 소송에서 이겨도 이건  좀 박근혜 같은 짓이랄까요?

그래서일까요? 이번 2017ss 쇼부터는 신진 디자이너들로부터 놀라운 변화가 생겼답니다! 역시 그 선봉에는 베트멍(Vetements)이 서 있네요. 아몰랑 로고재킹이 아니라 합법적인 콜라보를 통한 로고 재킹으로 바뀌고 있어요.

앞서 보여드렸던 베트멍의 챔피언 스타일 로고는 실제 베트멍과 챔피언의 콜라보였답니다. 

이 뿐만이 아니에요. 베트멍의 춘하 쇼에는 보다 남다른 ‘리스펙 감각’이 돋보였어요. 베트멍은 여기 저기서 아이디어를 빌어오면서 그 아이디어를 제공한 모든 기업과 콜라보를 합니다. Dr. Martens, Juicy Couture, Alpha Industries, Champion, Reebok.. 헥헥 무려 18개 브랜드와 콜라보를 했어요!  한국에서 간혹 쥬시꾸뛰르와만 콜랩했단 기사가 나던데, 이건 오보에요.

특히 멋졌던 부분은, 바머 자켓(Bomber Jacket)같은 경우, 그 오리지널은 알파 인더스트리(Alpha Industry)잖아요. 자신은 그저 그 원형에 오버사이즈란 특징을 불어넣으면서, 그 원형 브랜드에 대한 리스펙 센스를 보여주었다는 점이에요. 데님을 전개하며 리바이스(Levi’s)와 콜라보 한 것도 마찬가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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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멍과 알파인더스트리 콜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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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멍과 리바이스 콜랩

혹시 나머지 콜랩도 죄다 보고싶으시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근데 진짜 재밌는건요. 베트멍의 뎀나 즈바살리야(Demna Gvasalia)고샤 루프친스키(Gosha Rubchinskiy)가 베프인건 다들 아시죠?  둘이 얼마나 친하냐면, 고샤가 뎀나 쇼에 모델로도 나왔었어요. 저 위에 DHL입은 애가 고샤임..ㅋㅋ 모델 삘이 덜 나는 건 다 이유가 있답니다..

둘이 짰는지 몰라도 고샤도 2017에 똑같은 짓을 한 거 있죠! 고샤는 이탈리안 캐주얼에 대한 오마쥬 란 이름으로 휠라(Fila), 카파(Kappa) 등과 콜라쥬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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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둘의 행보가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남의 걸 쓰려면, 이런 리스펙 센스를 좀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젊은 두 디자이너가 보여주는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비즈니스를 풀어가는 방식은 연일 감탄을 자아내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인 동시에 정당한 모양새로 풀어가거든요.

하지만..하핫.. 베트멍(Vetements)에서 이번에 캐나다구스(Canada Goose)와 콜랩한 건 아시죠?  그 전에..베트멍이 캐나다구스걸 재킹한 적이 한번 있긴 했답니다..ㅋㅋㅋ 이건 다음 시간에 또 얘기할께요~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