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FW TRENDS, EMPOWERED ROMANCE

LDFW 트렌드, 난세엔 파워걸, 불경기엔 로맨스걸 

 

안녕하세요?

불경기엔 스커트 길이가 길어진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제가 트렌드분석하면서 다른 업계에 계신분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하아…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아뇨”에요. 불경기 따위는 여자들 치마 길이랑 상관이 없어요!

그러나 하나 불경기와 관련된 의미있는 패션의 징조는 있습니다. 뭐냐면, 호경기에서 불경기로 돌입하기 시작하면, 여성들의 옷은 그 초기엔 아주 여성스러워져요. 그리고 대중문화에선, 병걸려 죽는 여자들이 속출하죠. 불치병, 뭐 이런 캐릭터들요. 우리나라도 IMF 시절엔 드라마만 틀었다 하면 여주인공들이 죽어나갔답니다. IMF 이후 2000년, 전국민의 가슴을 울렸던 가을동화 기억나시죠?  갑작스런 불경기엔 요런 스타일이 통한답니다…하핫

이런 여성들이 가죽점퍼입고 오토바이타면 이상하잖아요. 넘나 약해서 곧 죽어야 되는데 말이에요. 그러다보니 여성들의 옷은 하늘하늘한 로맨틱 스타일로 귀의하게 되죠. 아핫 전 이런 거 넘 웃겨요. ㅋㅋㅋㅋ

단, 불경기가 오래되면, 이런 캐릭터는 통하지 않아요. 이 땐 씩씩하고 활기찬 여성들, 소위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캐릭터가 인기를 모으면서, 패션은 그런 여성들에게 어울리는 청바지, 유니섹스, 등등 톰보이스타일이 부상하죠.

그럼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요?

경기는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가뜩이나 경기가 그렇게 좋을 것도 없었는데, 더 나빠질 듯한 기미도 보입니다. 그런데다 지금 불경기와는 또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정치적 난세“죠.

전 세계는 지금 불경기와는 또다른 정치적 난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덴장맞게시리 트럼프가 당선되었고, 브렉시트는 통과되었으며, 곧 있을 유럽대선에는 만만찮은 극우파 몬스터들이 세를 얻어가고 있죠.

이런 난세에는 어떤 여성상이 그려질까요?

뉴욕과 런던,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회자 되는 말은 “파워풀 로맨스”에 관한 것이었답니다. 소위 난세(亂世)엔 파워걸이 필요하죠. 그런데 로맨스는 뭐냐구요? 디자이너들은 공통적으로,액션히어로, 원더우먼같은 파워걸이 되보자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여성들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데 초점을 두었어요. 마치 이런 메세지 같은 느낌..?

“당신이 여성성을 집어 던질 필요는없어요. 당신은 여전히 사랑스러운 여성이에요. 하지만 지금의 상태를 모른 척하면 안돼요. 더 강해져야 해요.”

지금 런던의 떠오르는 별, 이번 LVMH Prize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더욱 각광받고 있는 Simone Rocha가 그저께 쇼를 했습니다. 이 친구도 파워풀 로맨스를 주장한 대표 디자이너인데요. 어떤 스타일인지 한번 볼까요?

시몬느로샤는 원래 ‘망가진 인형옷(?) 같은 레이스 드레스로 유명한 디자이너에요. 올해에는 여기에 벨벳 본딩의 밀리터리풍 자켓을 매치시켰죠. 로샤는 이렇게 말했어요.

When people hear ‘femininity,’ they think it’s all soft and girlie, And it’s not. I think you can still be very strong.
사람들은 여성성하면, 부드럽고 소녀적인걸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전 여기에 강함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혹시 ‘파워풀 로맨스’가 어떤 의상인지 감이 안오시나요?

그런 디자이너 하나 더 보기로 해요. 뉴욕의 쉬크패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필립림 또한 ‘파워풀 로맨스’를 언급했답니다. 뉴욕도 트럼프 땜에 연일 시끄럽죠. 필립림은 어떤 스타일로 파워폴 로맨스를 보여주었을까요?

필립림은 여성스런 볼륨드레스를 만들고, 이를 캐주얼한 유니섹스풍의 패딩과 코디했어요. 또 가장 여성스런 스타일인 ‘란제리’스타일을 가죽으로 만들고 이를 메쉬 탑과 코디했죠. 여성스럽지만 힘빨을 준, 그의 뉴 로맨틱 스타일은 요런 것이었답니다. 필립림은 도회적인 캐주얼을 주로하는 디자이너라, 앞의 시몬느로샤와는 디자인방향이 다르지만, 역시 파워풀 로맨스의 한 장면을 보여주죠.

필립림은 실제로 정치적인 상황을 언급하며 발언을 하기도 했어요.

The part we play is to empower through what we do, and that’s the use of clothes.I worked on the idea of new romantics.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가 하는 일(옷만드는 일)을 통해서 힘을 불어넣는 거죠. 전 새로운 로맨틱에 대한 생각으로 작업했어요.  

한명 더 볼께요. 역시 뉴욕 브랜드인 Proenza Schouler에요. 이 디자이너들은 워낙 힘빨 넘치는 디자인을 해왔는데, 이번엔 특히 미국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뼈아픈소리를 했어요. 우리는 Anti-ease 해야 한다구요. 투표 안하는 사람들에게 ‘Anti-ease!’,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인 사람들에게 ‘Anti-ease!’라고 외치고픈 그들(2명이 디자인한답니다)의 옷은 요랬습니다.

패션트렌드는 소셜트렌드와 무관하지 않아요. 반드시 정치 경제로 부터 영향을 받죠. 그러나 치마길이와 같은 지협적인 부분이 움직인다기 보다는, 그 시대에 여성들의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가에 따른 ‘여성상’의 변화가 그 핵심이죠.

지금같은 정치적 난세에, 드라마 쓰시는 분들, 좀 각성하셔서, 불치병, 출생의 비밀, 캔디형, 기억상실증 따위는 이제 좀 접어두고, 현실적이면서 멋진 여성, 충분히 여성스러우면서도 강인한 그런 여자들 많이 그려주시기 바래요.

낼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