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솔루션, 2017년 컬러 트렌드
팬톤(Pantone)은 매해 12월에 ‘올해의 컬러(Color of the Year)‘를 발표하죠. 올해 발표된 2017년의 컬러는 ‘Greenery’였답니다. 그린, 자연의 생명력을 일깨우는 컬러! 팬톤이 해마다 발표를 해도, 여태까지 패션에 끼친 영향력은 사실 그다지 크지 않았어요. 이는 뒤에 자세히 얘기하죠. 하지만 올해의 컬러만큼은 왠지 음, 이건 패션과 맞아 떨어지는 군! 하는 느낌이 오더군요.

사실 패션은 지금 완전히 멀티 컬러의 시대가 되어서 거의 모든 컬러가 쏟아져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 와중에서도 그린은 올해 두드러지게 부상 중인 컬러거든요.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 2017 춘하 컬렉션에서 막스마라(Max Mara)는 그야말로 ‘그린컬렉션’을 선보였답니다. 쇼의 거의 절반이 그린이었어요.
패션은 소재의 텍스쳐라는 요소, 프린트라는 요소가 어우러지면서, 컬러는 하나의 칩으로 볼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나타나죠. 트렌드를 오래 분석하다보면, 저절로 칩에서 옷이 보이는데요. 저도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땐, 막상 칩을 보고 나면 옷이 어떻게 나오게 될 지 막연했답니다.. 하핫
이번엔 최근 미국의 젊은이들이 좋아라 하는 브랜드를 하나 볼까요? 저도 넘나 애정하는 브랜드인데요. 에크하우스 라타(Eckhaus Latta)의 그린은 또다른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보통 빈티지 의류나 힙스터들의 옷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라면 ‘어우, 그린은 아무도 안입을 거야’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유행의 힘은 그런건 때로 훌쩍 뛰어넘기도 하죠.
에크하우스 라타는 프렌치 테리(French Terry : 우리 나라에선 ‘쯔리‘라고 불러요^^)의 내츄럴한 질감, 화이트와의 산뜻한 매치를 통해 그린을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컬러로 뒤바꾸어 놓았죠. 정말 Fresh하지 않나요?
이전 시즌에도 그린은 유행했었어요. 그러나 이전까지는 흔히 아이비그린(Ivy Green)이라 불리는 조금 다크한 그린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것이 점차 산뜻한 그린으로 확대되어 가는 추세에요.
이 밖에도 르코펭(Les Copains), 아크리스(Akris), 라코스테(Lacoste) 등 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린을 주요 컬러로 사용했답니다. 패션에서 컬러트렌드는 주요 컬러(Main Color)냐, 포인트 컬러(Highlight Color)냐를 나누어 분석하는데, 적어도 그 컬러가 뜬다, 라고 말하려면 포인트 컬러를 넘어 주요컬러로도 충분히 쓰여야 하고, 그 컬러로 라인업(Lineup)이 나올 정도가 되어야 해요.
몇몇 디자이너들의 그린 디자인 투척합니다~
팬톤의 올해의 컬러는 사실 패션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아요. 잘 맞지가 않는단 얘긴데,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요. 팬톤이 올해의 컬러를 발표하기 전에 벌써 패션은 내년 봄 여름 디자인이 다 끝나있거든요.. 하핫. 즉, 아무도 참조하지 않아요. 시간상 그럴 수가 없어서요. 인테리어도 마찬가진데, 페인트 부분은 어찌 어찌 참조한다 해도, 인테리어에 사용되는 패브릭은 미리 짜야 하잖아요. 12월에 발표되는 내용을 참조하기엔 시간이 너무 늦는 거죠.
팬톤이 2015년 컬러로 Marsala를 내놓았을 때, ‘으으음..?’ 하는 이상 기류들이 좀 나왔었죠. (이것도 관련기사 참조하세요) 왜냐하면, 당시 패션의 핫컬러는 옥스블러드(Oxblood), 즉, 레드와인(Red Wine)쪽이었거든요. 마살라는 톤이 상당히 미묘했어요.
그리고 2016년 컬러로 핑크와 소라, 즉 Rose Quartz와 Serenity를 발표했을 땐..패션쪽에선 더욱 갸웃할 수 밖에 없었어요. 왜냐하면 이 컬러는 2013년 겨울에 이미 확 떴던 조합이었거든요. 2013년 추동의 깔뱅(Carven) 컬렉션을 예로 들어볼께요.
팬톤은 그럼 왜 그렇게 늦게 발표할까요? 팬톤은 패션만 겨냥하는게 아니에요. 총체적인 산업의 컬러를 모아 내년의 컬러를 정하는 거죠. 그리고 사실 팬톤이 패션계를 리딩한다기 보다는 팬톤은 패션계의 유행 컬러를 참조해서 올해의 컬러를 정합니다. (팬톤이 어떻게 컬러를 정하는지 관련기사를 참조하세요)
위의 기사를 보면, 팬톤은 매우 많은 부분을 패션에서 참조하지만, 그 외에도 새로 생긴 회사들이 어떤 컬러로 로고를 쓰는지, 어떤 색의 자동차가 나오는지를 말이죠. 그리고 그 컬러들을 보고. ‘아 난 저 색의 립스틱이 갖고 싶어, 저 색의 구두가 갖고 싶어, 저 색의 룸을 갖고 싶어’란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메카니즘이 있으니 그것을 염두에 두고 고른다고 해요. 팬톤도 매년 고민이 깊을 거에요.
전 그래도 팬톤을 응원해요. 올해의 컬러는 멋진 마케팅이에요. 컬러칩 회사로서 올해의 컬러를 발표한다는 건 그 기관의 권위를 보여준다는 점과 또 매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다는 효과적인 홍보수단인 동시에, 특정 칩 세트를 기획판매 할 수 있는 훌륭한 세일스수단인 셈이니까요.
올해는 적어도 패션과의 공명감이 큰 듯 해요. 그리너리(Greenery)! 저는 세라믹 그린(Ceramic Green)에 가까운 톤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기억하셔야 할 부분은 꼭 안쓰셔도 되요. 지금 나오는 유행컬러 다 쓰면, 우리 모두 오일릴리가 되어버릴 거에요. 아무리 멀티컬러의 시대라도 흑백만 써서 잘파는 디자이너, 원톤만 써서 잘파는 디자이너는 늘상 나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