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ME JEANS VS ACNE BLA KONST

프레임 진 vs 아크네 블라콘스트

 

안녕하세요?~~

ODOT 돌아왔슴다~~ 실은 요새 사이트 개편 중이어서요. 페북말고 사이트로 보시는 분들은 사이트가 요래조래 좀 깨져 보일 텐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지난 주에 저는 BOUL HOUSE 강신권 디자이너와 SOULPOT STUDIO 김수진 디자이너 이 두분과 저녁을 함께 했었답니다. 그 때 나왔던 주제중 하나는 바로 이거 였죠.

‘디자이너 브랜드와 그냥 브랜드, 뭐가 달라?’

사실 이거 중요한 질문이에요. 어떤 분들은 사실 다를게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죠.
글쎄요. 여러분이 가장 먼저 아셨으면 좋겠는 건요. 디자이너 브랜드와 그냥 브랜드는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할 수록 기업은 장사를 잘한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다르다고 생각하는 기업만 장사가 잘되는 시대에요.

이 얘긴 나중에 다시 하고, 먼저 디자이너 브랜드와 그냥 브랜드의 차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예를 들어볼까요?

여러분 ‘프레임진(FRAME JEANS)’이라고 들어보셨죠? 요즘 그야말로 핫, 핫, 핫 한 브랜드에요.

얼마 전 GQ지에는 ‘어떻게 프레임진(FRAME JEANS)는 세계를 제패했나’라는 기사까지 실렸을 정도죠. 한국에서도 프레임 진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엄청 많구요.

이 잘나가는 브랜드의 디자이너는 누굴까요?
두두둥~~ 아무도 아니랍니다~~~

헉,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물론 프레임진에도 디자인실이 있고, 누군가 근무는 하고 있겠죠. 하지만 이 브랜드는 누가 디자인하건 상관이 없어요. 이 브랜드를 경영하는 듀오(DUO) 경영자가 브랜드를 이끌고 있거든요. 바로 얘네들! 에릭 토르텐슨과 젠스 그렛(Erik Torstensson and Jens Grede)이랍니다.

이 두명은 광고쟁이요 마케터들이에요. 것도 어마무지 유명한 친구들이죠. 전세계 핫한 브랜드 이미지 광고는 거의 이 친구들이 몰아찍는답니다. 최근에 터뜨린 대박광고는 바로 져스틴 비버가 찍은 캘빈클라인 광고였죠. 캘빈 클라인이 잃어버린 원초적 섹시함을 다시 되살려냈다는 찬사를 받은 광고였어요.

이 둘이 프레임진을 런칭하고 대박을 터뜨렸을 때, 많은 언론들이 인터뷰를 했죠. “왜 하고많은 브랜드 중 데님 브랜드를 런칭했나요?” 라는 질문에 이들은 이런 대답을 합니다.

“우린 디자이너가 아니잖아요. 디자이너가 필요치 않은, 경험을 위주로 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데님은 광고와 마케팅이 주도하는 카테고리에요. 우리의 마케터로서의 경험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니까요.”

맞는 말입니다. 패션의 어떤 분야는 디자인 주도가 아니라 마케팅 주도로 이뤄지고, 데님은 확실이 그 중 하나죠. 왜 예로부터 광고쟁이들이 런칭한 데님은 히트치는 걸까요? 광고쟁이가 또 어떤 데님을 런칭했는지 모르신다구요? 바로 지금은 명품 반열에 오른 아크네 진(Acne Jeans)또한 광고쟁이 아크네 에이전시(Acne Agency) 에서 만든 데님이잖아요.

아크네 진에서 출발한 아크네 스튜디오는 최근 좀 구려졌다는 얘기가 많았는데요.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데님라인 이름을 블라콘스트(Bla Konst : Blue Art란 뜻이라네요)로 바꾸며 재정비하고 있답니다.

데님은 ‘브랜드 이미지 창출’이 관건인 카테고리에요. 디자이너는 100번 갈리건, 혹은 디자이너 없이 사입을 하건 마케팅 실력만 확실하다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분야랍니다. 이런 카테고리가 몇개 있죠. 예를 들어 남성수트 분야는 ‘시스템 창출’이 관건인 카테고리에요. 이 또한 자체 디자이너가 누구냐 보다는 브랜드가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죠.

만약 데님 브랜드에서 마케팅에 신경쓰지 않고, 그저 디자인에 목매고 있다면, 즉, 허구헌날 디자인실만 쥐어짜고 있다면, 장사가 잘 될 수 있을까요? 허허허…. 전혀 잘 될 수 없어요. 데님에서 중요한 건 ‘브랜드 이미지 창출’이라니까요. 데님은 멋진 광고, 멋진 이벤트에 그 여력을 다 쏟아부어야 해요.
기업이 자기가 소유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건 바로 이래서 중요하답니다.

그럼 디자이너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장사가 잘될까요? 디자이너 브랜드는 결국 ‘사람 장사’랍니다. 다시말해 마크제이콥스가 어떤 사람이냐, JW앤더슨이 어떤 사람이냐를 판매한다는 뜻이에요. 디자이너가 인터뷰도 많이하고, 자신의 스토리도 널리 알리고, 매 시즌 자기 이야기를 새롭고 재밌는 드라마로 펼쳐내야 해요.

잘 모르는 초짜들은 디자이너 브랜드임에도 이 옷을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집중하여 얘기를 펼칩니다. 이런 디테일을 썼네, 봉재는 어떻게 했네.. 이런 얘기를 퍼뜨리죠. 하지만 베테랑이라면, 끝없이 디자이너란 ‘사람’에 집중해 얘기를 펼칩니다. 이번엔 어느 곳에 갔다가 무엇을 느꼈네, 이번엔 무슨 책을 읽다가 이런 생각을 했네.. 이런 식으로 말이죠.

쉽게 말하면, 그 디자이너가 유명하고 매력적일수록 잘팔린다는 얘기죠. 그 유명함과 매력은, 과거엔 디자인만 잘하면 저절로 얻어졌는데요. 요즘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워낙 많아지다보니 스스로 인스타그램을 하건, 뭐를 하건 자신을 알려내는 작업도 해야해요. 이 둘을 다 잘해내지 못하면 디자이너는 살아남기 어려워요. 사실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돌체앤가바나의 도메니코 돌체, 마크제이콥스, 모두 다 인스타그램의 스타들이랍니다.

혹시 디자이너 인큐베이팅 사업을 하고 계세요? 그럼 명심하세요. 디자이너는 사람장사고, 그 사람을 띄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에요. 단지 그가 디자인을 계속 잘한다는 전제하에서요.

백화점 브랜드는 그렇다면 어떤 입장일까요? 여성복 브랜드는 자신을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컨셉을 중시하고, 디자인주도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죠. 사실 여성복 브랜드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데님 브랜드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 서 있는 브랜드들이에요.

과거엔 여성복브랜드들이 자신을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사업해도 무방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명확하게 따로 존재하는 카테고리가 됐어요. 즉, 백화점 여성복 브랜드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비자의 머릿 속에 디자이너 브랜드로 남기는 어렵다는 얘기에요. 지금은 마케팅 주도적 사고를 조금 더 보강해야 할 시기랍니다. 다시말해 지금 지나치게 디자인주도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장사는 점점 어려울 거에요.

왜 지금 ZARA가 그나마 선방할까요? 이 브랜드는 정확히 마케팅 주도적 브랜드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오늘 오랫만에 돌아와서 제가 엄청 길게 썼네요. 하핫.
하지만 꼭 한번 생각해볼 이야기랍니다. 우리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지 말이죠.

낼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