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해커톤, 패션기업이 테크놀러지를 만나는 방법
안녕하세요~
오늘 좀 포스팅이 늦었네요. 하핫.. 늦잠을 퍼잤어여…ㅠㅠ
어제 서울시 패션산업팀 주무관님이 다녀가셨답니다. 전 사실 그동안 공무원에 대한 믿음이 1도 없었는데요. 이 주무관님은 정말 진지하고 일을 제대로 해보시려는 분이었어요. 감동했다니까요. 저를 찾아오신 이유는 2월에 제가 개최했던 ‘도매시장의 미래’란 세미나에 대한 얘기를 들으러 오신 거였어요.
주무관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저도 갑자기 그 때 자료들이 머리에서 막 떠오르더라구요. 그리고 내가 이 얘길 왜 ODOT에서 안썼지, 싶은 게 퍼뜩 떠오르더군요. 바로 ‘패션 해커톤’ 이야기요. 이걸 잘 활용하면 중소기업이나 소기업도 테크놀러지 트렌드를 실제로 받아들이고 사업에 적용하는게 가능하거든요.
이탈리아 사례를 들어볼께요.
지난 2월, 제 세미나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선례는 이탈리아였답니다. 아시다시피 이탈리아 패션산업은 폭망했었어요. 그리고 되살아났죠. 사실 폭망한 건 놀랍지 않았는데, 되살아난 건 엄청 놀라운 일이랍니다. 선진국에서 한 번 망했던 제조업, 즉 중국에 뺏긴 제조업을 순수한 인간의 노동력으로 되찾은 건 이탈리아가 거의 유일무이해요. 지금은 다 로봇의 힘으로 되돌아오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아니거든요.
이탈리아 패션기업들은 대부분이 중소규모랍니다. 한국과 같거나 더 작기도 해요. 그리고 이탈리아란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더 투자에 열악해서, 2014년 기준 GDP의 0.0004%만이 벤처 투자에 활용되고 있었어요. 당시 유럽이 0.02였으니 거의 소금이라 할 만하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폭망할 때만 해도 이탈리아는 테크놀러지와는 좀 머나먼 나라였어요.
근데 지금은 말입니다?
왠 쪼끄만 회사들도 다 IT 친화적기업이 되었답니다. 동대문의 양복지 판매하는 작은 가게가 패션스타트업과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는 게 일상다반사가 된 거죠.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이 분들이 달라빚을 내어 IT 팀을 회사 내에 신설하고 본격적인 인터넷 4.0 시대를 준비한 결과일 까요?
그럴리가 없죠. 이탈리아는 아주 현명한 판단을 해요.
H-Farm이란 엄청 유명한 해커톤이 있어요. 여기에 바로 이탈리아 패션기업들이 모여서 스폰이 되어 참여해요. 그리곤 프로그래머들이 개발하는 제품들을 지켜보다가, ‘어, 저거 지금 내가 갖다 쓰면 딱 좋겠네’ 라는 것들을 바로바로 픽업하죠. 아니면 ‘어, 저거 요렇게 바꾸면 지금 우리회사에서 필요한 것들을 해결 할 수 있겠네’ 싶은 건 그 자리에서 프로그래머랑 얘기해 작업을 하기도 하구요.
그 결과 Diesel은 H-Farm에서 온라인으로 런웨이를 보여주는 시스템을 만들던 친구를 발견, ‘우와~ 나랑 하자’라고 계약을 했어요. 그리고 Reda라는 유서깊은 모직 회사는 H-Farm에서 맞춤 양복몰을 만드는 애들을 발견, ‘오, 너네 양복이니? 모직 원단은 우리가 대주마’ 하고 파트너십을 맺죠.
해커톤에 참석하는 프로그래머들은 대부분 학생이나 이제 막 시작하는 프로그래머들이에요. 잘만 투자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거죠.
지금 동대문의 작은 기업들은 전자도매가 해외에서 활성화되는 걸 뻔히 지켜보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요. 나 혼자 인터넷 4.0을 대비한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몇개 기업이 뭉칠 수 있고, 이들이 해커톤을 조금이라도 스폰하면서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이건 서로에게 유용한 기회가 될 수 있죠.
사실 동대문 뿐 아니라 패션기업들도 마찬가지에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테크놀러지 지식을 끝없이 공부는 하고 있지만 그것들을 사업에 접목은 못하고 있지 않으신가요? 어쩌다 좀 해볼까 해서 외부의 전문가라도 만나볼라치면, 어마어마한 가격에 깜짝 놀라 또 마음을 접거나, 아니면 그가 내뱉는 어려운 단어에 깜짝 놀라 마음을 접기가 일쑤죠. 해커톤은 이런 기업들에겐 IT인력을 만나는 새로운 장터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어제 살짝 뒤져봤어요. 요샌 어쩌고 있나 궁금해서요.
음? 근데 4년전부터 떡하니 ‘Fashion Tech Hackerthon’(이게 공식명칭)이란게 시작되어 운영되고 있더라구요? 올해가 무려 4년차였어요. 이 해커톤은 말그대로 ‘패션테크’관련 시스템을 마라톤하듯이 만들어내는 해커톤이에요. 이 해커톤의 스폰서는 Cladwell, Modcloth같은 패션 스타트업들이 스폰을 하고 있더군요. 하긴 이들도 어떻게든 미래를 찾아야 하니까요.
참… 잘나가는 나라들은 달르긴 달른거 같죠?
미래의 비즈니스 화두는 뭘까요? 저는 단연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해요.
인재가 있으면 휘하에 고용하고, 좋은 기업이 있으면 100% 인수하고, 필요한 사업부가 있으면 내 안에 새로 만들고, 이런 식으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을 거에요.
그보다는, 인재가 있으면 그냥 그사람이랑 일을 하세요. 고용이 안된다면 콜랩이 있잖아요. 좋은 기업이 있으면 그냥 투자하세요, 그 기업이 버는 만큼 내게 배당을 둘려줄테고 지분은 지분대로 상승할 거에요. 필요한 사업부가 있으면, 그러 회사를 찾아 컬렙하세요. 그리고 내가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을 때 부서를 만들어도 늦지 않으니까요.
우리도 저 멀리 테크놀러지가 우리를 패스해 지나가는 걸 지켜보고만 있는 형국이죠. 패션 관련 해커톤이 활성화된다면, 해커에게도 기업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지 이게 또 무슨 정부 프로젝트가 되서, 해커톤을 실행할 주체를 모집하고, 거기 안해본 사람들이 정부일이라는 데 혹 해서 지원하고, 또 안해본 정부가 그 중 아무나 낙점하고, 기업들은 그런 행사를 하는 줄도 모르는, 이런 엉망진창시나리오만 되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이런 걸 방지하려면 우리도 선진국처럼 좀 뭘 하기 전에는 많은 간담회나 세미나 같은 것이 열리면 좋겠어요.
잼나쥬?
낼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