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스트, 런던의 빅마마
안녕하세요? 상쾌한 아침입니다. 이제 런던패션위크도 막바지네요.
런던은 그야말로 ‘Young Talent’의 화산같은 곳이에요. 패션위크 중간에 세인트마틴 졸작쇼가 같이 열린답니다! 그런데다 “Fashion East”라는 아주 독특한 쇼가 매번 패션위크의 화려한 서막을 알리고 있죠.
Fashion East 쇼. 제가 에디터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쇼는 스킵(안보고 넘어가는)쇼였어요. 왜냐하면, 이건 신진 디자이너들의 인큐베이팅 쇼거든요. Fashion East는 신진들중에서도 왕 신진들 중에 될성부른 친구들 3명씩(여성복 3명, 남성복 3명)을 선정해 무료로 쇼를 열어주고, 비즈니스를 안착시킬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단체에요.
런던에 무료 2000년부터 이런 회사가 있었으니 신기하죠?
근데 이번에는 특히 Matty Bovan이 Fashion East에 참여했단 얘기로 떠들썩했답니다. 이 친구가 누구냐구요? 2015년 LVMH Graduate Prize 탔던 재간꾼이에요! 요래 생겼어요.
근데요…Bovan은 남자랍니다. ㅋㅋㅋ LVMH 상 중에 Graduate 상은 학생들 중 뛰어난 역량을 선보인 친구들에에게 주어지는 상인데, 그걸 거머쥔 거죠. Bovan의 쇼를 한번 볼까요?
위의 사진을 보고…뭔가..옷이 너무나 졸작스러운..? 혹은…옷이..약간 광녀스러운..? 그런 느낌 받으신 분들도 계실 거에요. 사실 더 심각한 것도 있는데, 제가 정리된 옷만 가져왔는데도 이렇습니다. 하핫..
어쩌면 저런 것이 과연 Talent인가에 회의적 시각을 보내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저렇게 미친 듯한 옷을 한다고 크리에이트브가 있는 건 물론 절대 아니에요. Bovan은 “니트 꼴라쥬”에서 놀라운 색채감과 질감의 매치를 보여주는 디자이너죠. Fashion East나 Louis Vuitton은 그걸 알아보았고, 잘 인큐베이팅하면, 독보적인 제품라인을 보여줄 디자이너로 성공할거라 확신했던 거에요.
그런걸 누가 알아보느냐구요? Fashion East를 만든 회사는 The Old Truman Brewery라는 갤러리에요. 늘 예술작품을 알아보고 전시하는 일을 해왔죠. 원래 트루먼 맥주의 공장이었던 이 곳은 오늘날 그대로 레노베이션 해서 각종 행사가 열리는 예술지대가 되었는데, 여기서 Fashion East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어요.
Fashion East가 인정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 배출 디자이너가 어마 무지 빵빵하게 성장해 나가서에요. 배출 디자이너들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저는 여전히 이 쇼는 안보고 스킵하고 있을지 몰라요. 어떤 스타들이 Fashion East 출신인지 한번 나열해 볼까요? 아울러 그들이 Fashion East에서 쇼를 했던, 하핫 부끄러운 초기작도 함께 보자구용
- JW Anderson
루이비통이 가장 총애하는 디자이너, 앤더슨도 여기 출신이에요! 초기작은 살짝 소심함..ㅋㅋㅋㅋ - Simone Rocha
이번에 LVMH 최종 후보로 노이네이트 되었던 Simone Rocha도 여기 출신이에요! 이 친구는 디자인 스타일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 Shaun Samson
멋부리는 남성들 중 이 브랜드 모르면 간첩이죠. Shaun Samson도 여기 출신이에요! 이 친구 초기작은 좀 웃김..하핫
- Craig Green
이번에 런던패션어워드를 거머쥔 Craig Green도 여기 출신이에요! 이 친구는 이 때 이미 지금과 비슷한 스타일을 완성했어요.
이 밖에도 애쉴리 윌리암스, 하우스 오브 홀랜드 등 내노라 하는 영국 디자이너들은 모두 Fashion East 출신이니, 지금은 저같은 에디터들이 도저히 스킵할 수가 없는 쇼가 된 게 당연하겠죠.
Fashion East는 파트너로 Topshop을 두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쇼도 Topshop Showspace에서 열렸답니다. 이 프로젝트는 Lulu Kenedy란 흥미로운 이력의 여성이 진행하는데, 이 친구는 이 프로젝트 하면서, Lulu & co라는 의류회사도 설립했답니다. 바로 이 Fashion East 출신 친구들 옷을 판매하죠.
우리나라의 Concept Korea는 무척 고무적인 프로젝트지만, 저는 좀 몇가지 아쉬운게 있어요.
첫째, Korea란 말이 불필요한 느낌이에요. 어차피 패션의 무대에서 국적은 의미없고, 의미없이 다가갈수록 더 한계가 없단 생각이거든요. 여러분이 에디터나 바이어라고 생각해보세요. 나라이름이 붙어있으면, 일단 흥미를 상실하는 사람이 반(한국에서 Concept China란 쇼가 열린다면, 여러분은 그 디자이나 하나 하나에 대해 얼마만한 흥미가 생길까요?), 그리고 나머지 반은 “좀 독특한 소싱처”를 찾는 사람들이기 쉬워요. 즉, 국제적인 스탠다드에서 바라보기 어렵단 얘기죠.
둘째, 나라가 후원하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에요. 국민세금으로 이런걸 한다는 건, 패션인 모두 책임감을 갖고 바라볼 문제에요. 그리고 이걸 진행하는 공무원들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러다보니,실질적 인큐베이팅이 된다기 보단, 이벤트가 되는 느낌이 아쉬워요. 프로젝트를 쥐고가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에요. 여기 출신들이 실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조치들이 더 추가되도록요.
암튼 여러모로 한국 디자이너들을 돕는 조치들이 있으니, 기대가 큽니다만, 부디 정부에 의지하지 말고, 우리나라 기업에서 이런 기관들을 세워줬으면 하는 바램이 가장 크네요.
낼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