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같은 가짜 놀이
지난 2017 춘하 패션위크에서 제레미스캇(Jeremy Scott)이 디렉팅하고 있는 Moschino의 쇼는 위트넘치는 프린트로 화제가 되었었죠. 종이 인형(Paper Doll) 놀이를 연상시키는 그의 드레스들은 ‘진짜같은 가짜’ 프린트들로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는데요.
이런 기법은 1930년대 엘자 스키아빠렐리(Elsa Schiaparelli)가 사용하면서 초현실주의(Surrealism)이니, 트롱프뢰유(Trompe-l’oeil) 기법이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죠. 아래는 모스키노의 17 춘하 사진이에요.
제레미스캇의 이 디자인들은, 일각에선 매우 창의적 시도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어떤이들에겐 약간의 씁쓸함을 남기기도 했죠. 왜냐면, 기존에 많은 마이너 브랜드들에서 이미 이런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랄까요?
특히 www.fauxrealshirt.com에서는 ‘Faux Real’이란 이름으로 이런 프린트만 전문으로 다루어 오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디자인은 아래와 같은데요.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떠세요? 제레미 스캇의 아이디어가 창의적인 걸까요? 아니면 지나치게 이 티셔츠들과 유사한 걸까요?
사실 이런 프린트는 누구의 전유물이라 말하긴 힘들어요.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어 누구라도 비슷한 스타일을 할 수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제레미 스캇의 경우에는 과거에 표절 시비가 한번 붙었던 디자이너인지라 구설수가 쉽게 따라붙는 건 어쩔수 없을 듯 해요. (제레미 스캇의 표절 시비가 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는 언더웨어에서 나타납니다.
페이크리얼닷컴 말고도 더 발칙한 아이디어로 인기를 모으는 마이너 브랜드가 하나 더 있죠. 바로 hairyunderwear.com 입니다. 말 그대로 털이 무성한 언더웨어죠. 이들의 상상은 정말 너무도 귀엽고 발칙해요.
최근의 트렌드를 우리는 ‘상향전파이론(Bottom Up Theory)’로 분석하죠. 다시 말해, 명품의 디자인을 브랜드에서 베끼고, 브랜드의 디자인을 또 재래시장에서 베끼는 것이 ‘하향전파‘ 방식의 트렌드확산이라면, 상향전파는 반대로 스트리트의 디자인이 하이엔드 패션에 영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트렌드 확산을 의미해요
최근 베트멍(Vetements)의 여파가 명품계에 끼치는 영향만 보더라도 이런 현상은 부인할 수 없어요.
이런 진짜같은 가짜 프린트 또한 스트리트에서 시작한 유행들이에요. 국내의 10X10(텐바이텐)과 유사한 해외 사이트로 ZAZZLE.COM이란 사이트가 있어요. 재즐닷컴에서도 Fake Muscle (가짜 근육)프린트를 기획으로 제작한 적이 있었죠. 그리고 중국발 저가 의류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AliExpress.com에서는 Fake Boobs(가짜 가슴) 티셔츠가 쏠쏠한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명품들의 저작권은 철저히 관리되는데 비해 스트리트 패션의 저작권은 사실 관리되기 어려운 실정이에요. 서로 서로도 카피가 워낙 많은 곳이다 보니,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아이디어를 빌려다 쓴 들 시비를 걸 입장이 안되거나, 그럴 만한 법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들이 대부분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이런 디자인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나만의 Fake 디자인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죠. 우리는 분명히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Fauxrealshirt.com의 디자인과 Hairyunderwear.com의 디자인은 각기 다른 것이고, 각자의 창의성이 있음은 알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