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윤리적 클리어’는 필수 조건
안녕하세요?
오늘 저는 여러분께 한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우리는 모두 Ethical(도덕적) 기업이 되어야만 하는 걸까요?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중요한 건, 동물복지, 직원이 행복한 기업 같은 기치를 내걸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윤리적으로 클리어한 사업환경을 만들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되었어요. 지금 패션은 논쟁, 소송으로 얼룩지고 있고, 이 흐름은 결코 막을 수 없을 거니까요. 오늘 그 몇가지 얘기 들려드릴께요.
1.짝퉁을 파는 건전한 스타트업?
저는 얼마전에 신생 스타트업 기업인 어떤 쇼핑몰 플랫폼을 알게 됐답니다. 젊은 창업주의 인터뷰는 신선했고, 포부도 컸으며, 반듯한 호감을 주는 내용으로 가득했어요.
그런데 막상 그 쇼핑몰에 가보고 고개를 갸웃하게 됐어요. 잘 짜여진 프레임, 소비자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연구된 제품 라인들….그런데 말이죠. 쇼핑몰 대문에서 저는 떡하니 2개의 카피제품을 보고 말았답니다. 하나는 명품카피였어요.그리고 또 하나는 국내 신진디자이너의 유명제품이었죠. 그것도 하필이면 동종업계 분이라면 모를 수 없는 그 디자이너의 시그너쳐 제품이었어요.
이 쇼핑몰, 괜찮을까요..?
아마 한동안은요.
그 반듯한 창업주 친구는 이게 카피인지 알지도 못했을 거에요. 전문가가 아니라면 사실 어떻게 알겠어요?
아직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괜찮을 거에요. 근데 곧 쇼핑몰이 잘 되고 그 디자이너도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우리는 플랫폼이고 제조사의 문제다”라고 법적으로 피해갈 수는 있을 거에요.
그러나 법적시비에 휘말리게 되면 쇼핑몰의 이미지는 많이 추락할 거에요. 왜냐면, 명품카피와는 달리 신진 디자이너는 아직 젊고 보호되어야 할 사람들이란 견해가 더 크기 때문이죠.
플랫폼 비즈니스에는 이런 경우가 워낙 많아요. 셀러들이 알아서 제품을 올리니까요. 법적 시비 말고도 다른 위험이 있는데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개의 카피 제품을 보는 순간, 이 쇼핑몰의 제품이 그다지 걸러지지 않았다는 생각, 실은 그렇게 좋은 제품이 아니란 생각이 먼저 들수가 있어요. 패션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말이죠.
이 경우에는, 제가 꼭 추천드리고 싶은 방법이 있어요.
창업주 또한 젊은이답게 무엇이 옳은지를 먼저 표방하는 게 좋아요. 적어도 우리 쇼핑몰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이다, 즉, 엄격한 셀러가이드를 만들고,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거죠. 그래야 미연에 방지하지는 못한다고 할 지라도, 후에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릴 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친구가 더 늦기 전에 이걸 빨리 실행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SNS 시대는 어떤 면에선 무서운 시대에요. 사소한 잘못이 SNS를 타고 돌면, 그게 꼭 그런 것은 아닌데도 기정사실화 되어버리는 측면이 많죠. 이건 법적으로 되돌릴 수는 있어도 자칫하면 결국 치명타가 되니까요.

최근 알리바바의 마윈의 태도를 봐도 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는 직감할 수 있어요. 마윈은 작년까지는 중국의 짝퉁이 명품보다 낫다는 둥 하는 망언도 했었답니다. 그러더니 올해는 올초부터 짝퉁을 엄벌하겠다며 연설하고 돌어다니죠. 왜냐하면 알리바바로 인해 망하는 미국 기업이 늘어났는데다가, 아마존이 중국 셀러를 허용하면서, 아마존도 짝퉁 천국이 되었어요. 근데 아마존은 엄격한 규정을 정하고 발견되는 즉시 쫓아내고 결제 중단이나 재고파기도 감행하는 정책을 열심히 실행 중이거든요. (근데 중국 셀러들 관리가 안되어 애먹고 있음. 그래도 바지런히 하고 있음). 미국의 알리바바에 대한 압박은 지금 엄청나요.
혹시 지금 어떤 쇼핑 플랫폼을 기획하고 계신다면, 꼭 기억해주세요. 우리 사회는 스타트업들에게 ‘젊은 기업’이란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 이건 반듯함과 혁신이 어우러진 거죠. 이건 매우 중요한 거고, 이 순수함이 여러분이 그렇게 바라는 1차투자나 2차투자에는 중요한 발판이 될 거에요. 그러니까 생각도 못한 도덕적 덫에 걸리기 전에 스스로를 클리어 하실 수 있는 장치를 꼭 마련하셨으면 좋겠어요.
2. 인턴 임금을 안주는 명품회사?
지난 해, 올해 패션계에서 인턴 임금 소송은 봇물터지듯 터지고 있답니다. 얼마 전에는 마크제이콥스도 고소당했어요. 그러자 재빨리 재판에 가기 전에 합의금을 물고 고소를 취하했죠.
작년에는 보그지를 운영하는 콘데나스트가 또 고소를 당했어요. 콘테나스트는 무려 580만 달러를 합의금으로 물어야 했답니다. 한화로 60억 정도인가요?
현재 법은 인권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아주 빠르게 변화되고 있죠. 그런가 하면 우리의 관습은 생각보다 느리게 변화해서, 어떤 경우는 바깥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미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혹시 회사 내부에 노동법 기준을 클리어 하지 않고 관습적으로 운영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제는 꼭 잘 알아보고 클리어 하셔야 해요. 저는 사업주 분들을 많이 알아요. 그리고 이 분들 중에 피고용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상한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도 잘 알죠. 실제로 직원 복지를 생각하지만, 그 방식이 구식인지라, 굳이 필요없는 직원들 적금 통장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굳이 직원들의 식대를 아껴주려고 엄청난 식당을 짓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소송에 걸려 인간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하는 분들도 더러 있어요.
중요한 건요. 전략적으로 생각해주세요. 먼저 ‘클리어’하는 거에요. 그 다음 해 주는 게 ‘복지’인 것이지, 클리어 안했는데 이거 저거 해주는 건 요즘 친구들이 원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뭔가 이상하잖아요.
지금은 직원들의 불만이 모이기 시작하면 막을 방법이 없어요.
혹시 여러분 ‘BLIND’라는 앱 아세요? 여기선 모두가 익명으로 자기 회사의 문제를 얘기할 수 있어요. 저도 가끔 들어간답니다. 밖에선 알 수 없는 꿀정보들도 여기 나오거든요. 그리고 당근 회사에 대한 불만도 여기 쏟아내겠죠. BLIND가 IBM 사내 고발 문제에 혁혁히 기여한 뒤, 지금 전세계 직장인들의 애용 앱이 되어 있는데요.

이거 읽으시고, 또 바보같이 직원들 불러다가 BLIND 사용하면 가만 안두겠다는 둥 하지 마시구요. 그럼 그것조차 올라간답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을 막으려고 마세요. 제가 늘 얘기하지만, 트렌드랑 싸워서 이기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부디 시대가 바뀌었음을 좀 알아채고, 성공한 전략가 답게 빨리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클리어해야할 최소선이 어디인지를 말이에요.
3. Kering 과 H&M의 앞서가기 전략
저는 ODOT 쓰면서 한 달에 2-3번은 LVMH의 전략을 쓰는 거 같아요. 그만큼이나 LVMH는 뛰어난 전략가들, 두뇌 집단들이죠. 그렇다면 그들의 라이벌인 Kering은 제가 왜 한번도 안썼을까요?

Kering은 사실 지금 LVMH와는 다른 쪽에 무게를 두며 사업을 실천하고 있어요. 바로 환경문제죠. 패션제품이 직면하는 환경파괴 문제를 선도적으로 없애가려고 노력하는 대표적 기업이에요. Puma와 Stella McCartney를 필두로 점점 더 넓혀갈 계획이죠. 최근 환경 이익 및 손실 계정 (Green Profit & Loss Account )이란 지수가 생겼는데요. 스텔라매카트니와 퓨마는 환경이익이 아주 높은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H&M도 마찬가지랍니다. 실적은 바닥을 치고 있지만 패스트패션이 직면한 개도국 임금과 근무 환경 문제를 선도적으로 없애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저는 이들의 행보를 볼 때, 마음으로도 응원하지만, 만약 어떤 모멘텀이 오면 회사에 불꽃같은 성장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요. 지금 처럼 인권에 대한 의식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비해, 기업들의 대응이 느릴 때, 만약 라이벌 회사가 삐끗한 덫에 걸리기라도 하는 날엔 그 후광은 이들에게 쏟아질 테니까요.
LVMH는 얼마전 미국의 작은 기업을 소송했다가 졌답니다. 상표 도용 소송이었는데, 이 기업은 원래 패러디백을 파는 기업이었어요. 애매하죠? 이건 도용인가..관용의 차원인가.. 패러디는 원래 오리지널을 가져다가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작은 기업이 이기고 난 뒤에 LVMH를 상표깡패냐고 막 뭐라고 했죠. 하핫. 반대로 케링은 구찌로고를 막 자기 앨범에 집어넣고 여기저기 구찌를 남발하며 쓰고 있던 별볼일없는 아티스트 구찌고스트(실제 아티스트 닉넴이에요)를 고발하기 보다는 데려다 콜라보하는 걸 했답니다. “구찌가 그렇게 좋아? 그럼 와서 한번 놀아봐”라며 말이죠. 때로 큰 기업이라면, 관용은 더없이 멋진 매력으로 다가오거든요.

꼭 Kering이나 H&M처럼 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클리어는 필수에요. 우리가 나쁜 사람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사회가 변하면서요. 업계 내의 관습의 갭과 사회에서의 상식의 갭은 실제로 많이 벌어질 수 있고, 이를 몰라 윤리적 덫에 걸려 타격을 입는다면, 이건 너무 속상하지 않겠어요?
그간은 그리 급하지 않은 문제라 포스팅을 안했는데, 그 스타트업을 보고 나니 생각이 많아져 적었어요.
여러분, 어떤 호수에 박테리아들이 살고 있는데요. 하루에 두배씩 증식한답니다. 이들은 10년이 지나자 호수의 절반을 오염시켰어요. 이 호수가 완전히 끝장나는데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잠깐 계산하고픈 분들을 위해 시간을 드립니다^^)–
바로 내일, 호수는 끝장난답니다. 반이 오염되었다면, 그 반이 하루만에 두배 증식할 테니까요. 세상의 변화는 때로 이와 같아요. 어어어 변하나? 싶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헐…하고 바뀌어 있죠. 지금 사회의 윤리의식의 강성화도 이와 같아요. 미리미리 클리어하시길 바랍니다.
넘 심각했나요? 하핫, 그래도 내일 일어났는데 세상이 바뀌어 있는 것 보단 낫잖아요. 담주에 상큼한 이야기로 다시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