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한 패션 디자인, 완판하다
안냐세요~~ 상쾌한 아침이에요!
3년전 쯤이었을거에요. 어느날 저는 여러 패션기사를 접하다, 제 마음에 어떤 ‘거부감’이 생기는 기사들이 있다는 걸 발견하곤 깜짝 놀랐답니다. 저도 디자이너 출신이어서 그럴까요? 왠지 ‘테크놀러지’, ‘인공지능’ 이런 이야기가 너무 자주 등장하면, 하핫…좀 공부하기 싫어지는 거죠. 속으로 ‘뭐, 이런게 그렇게 중요하겠어?’ 하면서 말이에요.
그런데…점점 중요해지고, 심지어 이런 기술들을 이용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사례가 늘다보니까, 저는 제 자신을 많이 부끄러워하게 되었어요. 어쩜 트렌드르 분석하는 사람이 이리 옹졸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까, 하면서 말이죠. 사실, 지금도 테크놀러지 스터디보다는 ‘이런 옷이 뜬대!’ 이런 스터디가 100배는 좋답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그런 트렌드보다는,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트렌드가 있는 세상인걸요.
왜 이런 말을 하냐구요? 저 같은 분이 많을까봐서요. 혹시 아직도, 인공지능, 테크놀러지, 이런 얘기가 좀 거부감이 들고, 어디 무슨 점포 개설했는데 대박이라더라, 이런 얘기나, 어느 브랜드에서 이런 옷 잘판다더라, 라는 얘기가 더 혹하시는 분이 많을까봐서요.
“인공지능? 그게 대체 무얼 하겠어!” 란 의심이 드는 분들은 꼭 하나 보셔야 할 기업이 있어요. 바로 스티치픽스(Stitch Fix)랍니다. ODOT에서 이미 한번 설명했어요. (꼭 보세요. 안보신 분 여기 클릭) 인공지능으로 무려 한화 1조원을 바라보는 패션기업이 생겼다면, 우리 이제 스터디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은 스티치픽스의 또다른 이야기에요.
작년 한해 스티치픽스는 연일 기사를 장식했답니다. 매출도 매출이지만, 그동안에는 소비자에게 옷을 추천하는 용도로 쓰던 AI와 데이타를 작년엔 디자인하는데 썼어요! 인공지능이 디자인을 했네 어쩌네 하고 난리가 났죠. 그렇게 해서 3개의 탑을 디자인했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두두둥….완판이었답니다!
그래서 바로 지난주에 9개 디자인을 더 내놓았어요. 인공지능과 데이타, 사람이 함께 만드는 ‘하이브리드 창의성(Hybrid Creativity)’라고 스티치픽스는 부르더군요. 그리고 여기에 멈추지 않고, 올해 2000개 정도 더 디자인을 뽑을 거랍니다.
사실 이들이 디자인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완판이 될 수밖에 없기도 해요. 이 친구들이 실제 자기가 어떻게 디자인하는지 상세히 적어놨는데요. 궁금하신 분은 요기 클릭.
제가 엄청 압축해보면요.
그간 온갖 체형, 온갖 나이의 고객들이 어떤 블라우스를 샀는지에 대한 데이타는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겠죠?
자, 여기 사람 디자이너가 있어요. ‘난 이번에 ‘요런, 요런 풍의 디자인을 해볼까 해’ 라고 해서 예시가 될 디자인 2개를 입력해보죠.
그럼 인공지능이 데이타를 기반으로 2개를 재조합해요. 음? 가만 보니, 소매는 볼록한 퍼프보다 내츄럴한 캡소매가 훨씬 잘팔렸잖아? 그럼 소매는 캡으로 가자.
그리고 이런 종류의 패턴들이 그동안 판매된 걸 보니, 형태는 왼쪽 패턴이 훨씬 잘팔렸는데, 컬러는 산호 핑크가 더 잘 팔렸네. 그럼 산호핑크로 하면서 패턴만 왼쪽.
그러고 나면 요런 디자인이 나오는 거죠. 요게 완판품
애초에 입력값은 사람이 주어야 해요. 그건 정말 AI가 아직 할 수 없는 영역이죠. 그러나 사람이 창의적으로 발굴해낸 디자인을 완판할 수 있도록 가다듬는 건 사람보다 AI가 훨씬 잘하는 일이란 얘기가 될까요?
사실 AI가 디자인한 옷들을 보면 참 무난해보여요. 유명하우스의 디자이너가 풀어내는 섬뜩한 창의력보다는, 보이지 않는 영역, 그러나 판매에 직결되는 영역에서 세일즈의 판매성을 확고히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거죠.
어떤 분은 그런 얘길 하시더라구요. 대체 이런 걸 배워서 나보고 어디다 쓰라는 거에요?
어디다 쓰긴요. 월마트도 그런 식으로 계속 나몰라라 하다가, 결국 이런 걸 배우긴 했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도 없고, 쓸 수가 없어 고민하다가, 이제 그런 기업들에 ‘투자’하기 시작했잖아요. 어떤 기술적 차이는 회사 내부의 런칭이나 사업부 구성으로 메울 수 없어요. 그건 회사 혹은 개인이 이런 전망있는 기술을 가진 곳에 투자함으로써 메워지는 거에요.
그러니까 우리, 잘 지켜보았다가, 쓸만하면 쓰고요, 아니더라도 투자하는데 써야겠죠.
낼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