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YOU ‘REWORK’?

리워크드 진, 패션센스의 경쟁 

리워크드 진(Reworked Jeans)이란 말, 다들 한 번 쯤 들어보셨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거 베트멍(Vetements) 청바지 이름이잖아.”

맞는 얘기에요. 베트멍은 자신의 청바지에 리워크드 진이란 이름을 붙였죠. 이런 이름이 나온 이유는 뎀나 즈바살리야(Demna Gvasalia)가 리워크의 천재이기 때문이에요.

리워크(Rework)는 ‘재작업’이란 뜻이죠. 무슨 뜻인가 하면, 이미 만들어져 있는 옷들을 이리 저리 자르고 이어 붙여서 새로운 옷을 만든단 의미에요. 사실 뎀나는 청바지에만 리워크를 하는 건 아니고, 여러 아이템에 리워크 솜씨를 발휘하는데요. 여기선 청바지만 다룰께요. 먼저 베트멍 청바지를 좀 구석구석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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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다른 두 청바지를 이어 붙여 다시 만든 아이디어죠. 벨트 부분도 기존의 것을 떼어다 다시 붙인 흔적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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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유명한 바지에요. 잘 보면, 큰 청바지와 작은 청바지를 이어 만든 옷임을 알 수 있어요. 워싱된 청바지의 주머니를 떼면, 주머니 부분만 물이 안빠져 저런 문양을 남기는데, 이걸 이용하는 센스도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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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로 나온 스탈이에요. 청바지 뒷주머니를 떼어다 옆선부근으로 옮겨 단 스타일이죠. 이런 아이디어들이 모두 리워크에요.

요즘의 패션 트렌드는 이른바 베트멍의 영향(Vetements Influence: 제가처음 한 말이 아니구요. 지난 2017 춘하 쇼에서 많은 에디터들이 언급한 단어에요)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정말로 다양한 리워크드 진이 쏟아져 나왔죠. 먼저 베트멍 디자이너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마르탱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의 세컨 브랜드 MM6의 디자인을 볼까요? 이들의 리워크 센스도 정말 쩔어요.

이건 한 사이즈 큰 바지의 허리를 대충 줄여 만든 아이디어에요. 정말 남자 친구 바지를 밑단 댕강 자르고 허리에 단추 하나 만 단 거죠.

요즘 이런 아이디어가 엄청 뜨고 있어요. 뒤집어 입은 듯한 옷이요. 옷을 뒤집어 입었다기 보단, 있는 옷을 이리 저리 잘라 만들다보니 이리 되었단 뉘앙스죠.

어떤 분들은 리워크드 진(Reworked Jeans)패치워크 진(Parchworked Jeans)이라고 부르시는 분들도 있어요. 글쎄요. 그런데 리워크드 진은 좀 다른 재치가 필요해요. 그냥 패치워크 하는 건..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랄까. 이미 존재하는 옷을 재치있게 재구성하는 센스가 없으면 뭘 모르는 느낌이죠.

예를 들면, 아래 레베카 타일러(Rebecca Tyler)의 디자인은 패치워크 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있는 옷을 그대로 잘라 만들었을 때만 볼 수 있는 솔기 선들이 그대로 노출 되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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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를 보세요. 원래 있던 소매를 잘라 만들었기에, 저런 주름이 그대로 표현되는 거죠. 리워크에는 ‘센스’와 ‘재치’가 필요해요. 이게 없는 패치워크는 앙꼬없는 찐빵이죠.

이 밖에도 아아주 많은 디자이너들이 리워크드 진을 선보였답니다. ‘2017년다운 패션감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은 곧, ‘당신에게 리워크 센스가 있는가?‘ 라는 질문과 상통하고 있어요.

몇몇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더 살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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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옷을 슬림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리워크 해야 할까요? 아까 MM6의 바지처럼, 필립림도 ‘겹쳐 여미기’ 기법을 썼어요^^ 그러다보니 앞섶이 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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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츠는..이 옷을 아주 잘팔고 있답니다. 왜냐면 지난 시즌에도 비슷한게 나왔는데 올해 또 했거든요. 이건 잘팔리단 증거죠.. 청자켓의 앞여밈을 전부 막은 다음에, 옆선을 터서 만든 옷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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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진코는 런던의 신예에요. 원래 보석 디자이너였는데 옷도 이렇게 잘할 줄은…2015년부턴가 옷을 했는데, 감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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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에 거리 패션 촬영을 하면서 베트멍 짝퉁이 너무 많은 걸 보고 슬펐답니다. 왜 짭을 할까요? 그냥 리워크드 진이 유행한다 싶으면, 나만의 리워크를 해보는게 훨씬 재밌지 않나요?

얼마전 무신사에서 그런 글을 봤어요. ‘짭을 입으면 싸나이가 아니죠!”

격하게 공감해요. 우리가 패션정보를 보는 이유는 베낄 것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잖아요. 끝없이 나도 시도해보고 싶은 무엇,나에게 도전의 영감을 던져주는 그 무엇을 찾기 위해서죠. 패션정보를 18년째 하고 있지만..카피는 너무나 슬픈거에요.

2017년 봄, 우리나라에도 나만의 리워크드 진을 보여주는 멋진 디자이너가 나타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