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수트, 아메카지, 80년대
요즘 서양 패피들의 스트리트사진을 보면, 슬금슬금 늘어나고 있는 것이 있죠. 바로 보일러수트(Boilersuit)입니다. 보일러수트는 보일러 수리공들이 입는 작업복을 말해요. 커버롤(Coverall)이라고도 하지요. 보일러수트로 멋낸 패피 몇 명 먼저 볼까요?
점프수트(Jumpsuit)라고 하는, 탑과 팬츠가 붙은 옷들의 한 유형이죠. 하지만 보일러수트는 훅하고 끼치는 땀냄새, 이것이 멋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어요. 보일러수트는 2014년부터 슬금 슬금 늘어나더니요, 지난 2017 춘하 컬렉션에선 정말로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옷을 선보였답니다. 아래사진은 2016-2017 컬렉션에서 뽑은 대표적 보일러수트들이에요.
보일러수트의 유행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에요. 왜 이런 옷이 유행하는가를 캐보면 밑에는 정말로 어마무지 커다란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답니다. 특히 요즘 일본발로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아메카지(Amecasi)열풍이 하나가 있구요, 다른 하나는 바로 80년대로의 복고에요.
아메카지는 일본인들이 만든 말이에요. American Casual을 일본식으로 줄였죠. 최근 일본에선 ‘빈티지 아메리카’풍을 정말 덕후감각으로 재현하는 흐름이 있어요. (이를 보고 놀란 미국인, ‘아메토라(American Traditional의 일본식 약자)’란 책도 썼죠)
아메카지의 선두주자, 엔지니어드가먼츠(Engineered Garments)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아메리칸 빈티지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보여주는 브랜드입니다.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옷을 몇 개 볼께요.
엔지니어드가먼츠가 추구하는 아메리칸 캐주얼은 절대 폴로(Polo Ralph Lauren)이 아니에요. 폴로가 미국 동부의 부유한 위크엔드 캐주얼을 지향한다면, 엔지니어드가먼츠가 추구하는 아메카지는 땀냄새 훅끼치는, 시간과 인생이 주는 진한 멋이 듬뿍 배어 있는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죠. 이 영감들을 이미지로 표현해보면, 아래와 같은 사진들의 나열일 겁니다.

엔지니어드가먼츠의 이런 정신은 아주 흥미로운 콜라보로 이어집니다. 뉴욕의 이푸도(Ippudo)의 스탭진들의 유니폼을 만들어준 것이죠! 워크웨어의 참맛, 사람이 시간과 땀을 들여 일궈낸 거친 아름다움을 표방하는 브랜드의 철학과 너무도 잘 들어맞는 멋진 콜라보였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아메카지가 과연 새로운 트렌드일까요?
실은 80년대에 이미 이런 밀워커(Mill Worker: 공장노동자) 트렌드는 엄청난 인기를 한차례 누렸던 바 있습니다. 당시 찢어진 진, 찢어진 스웻셔츠 등이 거친 노동자 스타일을 대변하기 시작해서, 80년대 말 쯤엔 데님 오버롤(Denim Overall)이 무지막지한 인기를 누렸어요. 당시 데님 오버롤안입으면 거의 간첩이었다고 할까요. 저도 앨범보니 하나 입었더라구요.(지금 같았으면 참고 안입었을 텐데…굳이 작은 키에 입어서 2등신으로 보이는 흑역사를 남겼더군요..ㅠㅠ)
한국에는 이 유행이 90년대쯤 들어와서 당시 스트릿 사진이 있다면 여대생의 80%는 아마 데님 오버롤을 입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보일러수트와 함께 다시 데님 오버롤의 인기도 슬금슬금 높아져가고 있죠.
80년대를 기억못하는 친구들을 위해, 당시 셀레브리티 사진 몇장 투척합니다. 심쿵 준비하세요!



지금의 세태는 80년대와 유사해요. 당시에도 오랜 불경기(80년대 초반이 그랬어요. 나아질 듯 고꾸라지고, 나아질 듯 고꾸라지고..)와 나라마다 자기 나라만 잘살겠다는 국수주의가 당시에 팽배했었죠. 있는 넘들한테 치일대로 치인 대중들은 가난함, 진정성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갖게 되고, 무엇이 참된 아름다운인가에 대한 생각도 정말 펑크(Punk)적으로 바뀌었죠. 아마 이런 시대가 지나가기 전에는, 이런 땀냄새 훅끼치는 옷들의 아름다움은 한동안 우리를 사로잡을 거 같네요.
불금 잘 보내시고 다음 주 다른 트렌드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