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ENTIC KNOCKOFF’ GOING ON

진짜 짝퉁들의 시대 

안녕하세요~

이틀전에 구찌(Gucci)가 쇼를 했답니다. 바로 다음해 초봄 컬렉션인 2018 리조트 컬렉션이었죠. 구찌쇼는 요즘 어마무지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어요. Kering이 발표한 2017년 1사분기 보고에 따르면 구찌의 성적이 말입니다…두두둥!  무려 전분기 대비 51.4% 성장! 전년 동기대비는 48.3%나 껑충 올랐어요!

케링은 구찌가 자기네 성장의 견인차라는 둥, 원래 케링 안에서 생로랑(Saint Laurent) 이 젤 잘 벌었는데 이제 구찌가 앞질렀다는 둥, 하며 어화둥둥하는 중이에요. 구찌가 이뻐 죽겠나봐요.

이번 구찌쇼에서는 몇가지 흥미로운 코드가 있었답니다. 특히 최근 명품 디자이너사이에서 유행하는 ‘Knockoff Culture’, 즉, 내 옷의 짭을 내가 패러디한다, 뭐 이런 문화. 구찌 쇼에서도 넉오프는 깊숙히 자리잡은 코드 중 하나였죠.

서울에서 Vetements이 바로 이런 ‘진품짝퉁’ 컬렉션을 판매했었던 건 다들 아시죠?

베트멍 서울 팝업. 뎀나가 자기 짭에서 영감을 얻은 진짜 짭을 선보여 화제가 됐죠.

그런가 하면 돌체앤가바나 또한 자기 쇼에서 스스로 자기 짭을 패러디한 옷을 선보였었답니다. 원래 D&G는 Dolce & Gabbana여야 하지만, Docce & Gabinetti 같은 짭스런 이름을 스스로 붙인 거죠.

그런데 구찌 쇼에서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미켈레가 20여년전 미국에서 유행하던 구찌 스타일을 모방한 옷을 고대로 선보인 거에요. 바로 요거.

심하게 똑같죠? 그런데 문제는, 미켈레가 갖다 쓴 그 디자인이 과연 구찌 짭인가, 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좀 있다는 거죠.

이 옷은 20여년전 미국 뉴욕의 할렘가에서 만들어졌어요. 당시 할렘가에는 루이비통 모노그램이나 구찌 모노그램 원단을 구입해다가 이를 이용해 디자인하는 부티크들이 넘쳐났어요. 이들은 짭 원단을 쓰기는 했지만, 이들의 디자인은 실은 모방이 아닌 창의적인 것들이었죠. 이들이 만든 옷들은 모두 Custom made였고, 주 고객은 힙합아티스트 같은 흑인 음악가들이었답니다.

그런 부티크 중 특히 유명한 곳이 있었으니 Dapper Dan이란 사람이 운영하던 Dapper Dan Boutique에요. 위의 저 옷은 Dapper Dan의 작품 중 많은사람들이 기억하는 추억의 명작이랍니다. Dapper Dan은 바로 요분이에요. 제가 한번 페북에 간단히 소개했는데 기억나삼?

이분은 정말 추억의 그분이 됐어요. 좋아하는사람도 많고, 짭원단을 쓰긴 했지만 정말 창의적인 디자인을 많이 했답니다. 당시 패션계 무드는 유색인종이 정통 디자인계에 진출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했기에(흑인이 4대 런웨이 디자이너로 나온건 정말 근 3년간의 일이랍니다, 놀랍게두요.) 당시로선 아무리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라도   이렇게 언더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의 작품을 몇개 더 볼까요?

 

이 분 작품 너무 창의적이지 않은가요? 요즘 유행하는 트랙수트를 모노그램으로 과감히 만들었으니 말이죠. 솔직히 당시 구찌는 Tom Ford가 영입되기 전이라 정말  개구린 옷만 만들고 있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대체 짭이란 뭐인거임?

미켈레가 Dapper Dan에 대해 위트있게 언급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문제는 그러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각에선 샤넬이 인디디자이너 옷 베꼈다가 소송당한 사건이나 제레미스캇이  그래픽 디자이너 작품 얘기도 안하고 갖다 썼다가 소송당한 사건도 같이 끄집어 내며 얘기하고 있죠. 놀랍게도 명품디자이너들이 카피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게 현실!

현재로선 뭐, 이게 매출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큰 브랜드가 자꾸 요딴 짓을 하면 제레미스캇처럼 팬들도 구찌에 등을 돌리게 될 거에요.

지금 잘나가는 미켈레로선 이런 작은 잡음 쯤에는 물론 영향을 받지 않을 거에요. 제 생각엔 미켈레가 Dapper Dan이란 20년전 미국 언더 디자이너를 미처 몰랐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도 몇달 전에 안 인물이니까요. 하핫.

미켈레는, 구찌 쇼에선 이번에 이런 넉오프문화(Knockoff Culture :짝퉁 컬쳐), 진짜 짝퉁에 대한 메세지를 요렇게 정리했어요. 바로 Guccify Yourself (네 자신을 구찌화하라) , Gucificiation(구찌화현상) 하핫 대단한 자신감입니다.

이건 여러 함의적 해석이 가능하죠. 짭이라도 구찌가 좋아? 그럼 입어. 어차피 네가 구찌화 되는 과정이니까..요런 느낌?

그래도 구찌 쇼는 Dapper Dan 패러디 빼곤 멋졌답니다. 당분간은 미켈레는 누가 뭐래도 상승세를 탈 전망이에요.

오늘 잠시 쉬어가는 얘기였네요. 잼나쥬?

낼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