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NOW-BUY-NOW”, 과연 통하였느냐?
안녕하세요? 상쾌한 월요일이에요!
오늘은 요즘 패션쇼의 새로운 흐름 See-now-buy-now, 그 성과에 대해 얘기해볼까 해요. 지난해 버버리, 타미힐피거, 톰 포드, 랄프로렌 등이 먼저 스타트를 끊은 SNBN은, “쇼하고 6개월있다 옷 나오는거 아니고, 쇼 한다음 바로 팔래” 란 뜻이죠. 다시말해, 바이어 주문 받기 위한 쇼는 더이상 없단 얘기에요. 더 자세히 알아보면요.
Q: 주문도 안받을 거 뭐할러 쇼를 함?
A: 팬들이 넘나 좋아해서 쇼를 함
Q: 그럼 메인 생산 다 한 담에 쇼를 함? 수주도 받기 전에? 수주받아야, 얼마 생산할지 나오는데, 대충 짐작해서 생산했다 안팔리면, 재고를 어쩔..?
A: 더 부지런히 움직여서, 실은 쇼 하기전에 2-3달 전에 수주받음. 바이어들은 더 일찍 쇼룸에 왔다감.
Q: 그럼 바이어가 수주 다했는데, 뭐하러 돈들여 또 쇼를 함? 너네 이거 낭만으로 하는 거임?
A: No, “마케팅”으로 하는 거임!
일이 이렇게 되다보니, 지난해엔 많은 언론들이 SNBN에 대해 ‘비관적’으로 바라봤어요. 뭐 그런다고 그렇게 매출이 늘거나 하지 않을거야, 라면서요. 그런데 두두둥…결과는 어땠을까요? 지난 해 SNBN 처음 시도한 친구들 결과가 나왔답니다.
결과는요,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와 버버리(Burberry)는 대성공! 랄프로렌은 폭망! 톰 포드는 그저그러함…이었답니다.
오늘 잘된 친구들이 왜 잘되었는지 한번 이야기해보죠.
지난 주에 타미힐피거가 2번째 See-now-buy-now 쇼를 LA에서 했어요. 쇼는 이번에도 카니발 형식으로 진행되었어요. 캘리포니아의 베니스비치에 ‘타미랜드’란 카니발을 열고, 대낮부터 모델들은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놀고 있었고, 사람들은 몰려들어, 푸드트럭에서 이거저거 사먹고 놀기, 놀이기구 타기, 여기저기 버스킹하는 가수들 구경하기..등등으로 시간을 보냈어요. 미국의 대표적인 인디음악 축제 코첼라(Coachella)를 연상시키는 이벤트였답니다.
그리고 저녁 즈음 쇼가 시작되었죠. 타미힐피거는 Tommy X Gigi 콜라보 캡슐 컬렉션만 쇼를 해요. 그리고 쇼가 끝나면 홈페이지에서 당장 그 옷을 판매하죠.
지난해 9월에는 뉴욕에서 ‘타미네 부두’를 만들고 요런 카니발을 열었죠. 당시 성과는 대단했습니다. Tommy.com의 트래픽이 쇼 끝나고 900% 증가하더니, 몇몇 제품은 당장에 Sold out이 되었어요. 결론적으론 이 매출이 포함된 3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4%나 성장하죠!
타미힐피거와 랄프로렌을 비교하면, 타미힐피거는 세심하게 준비했어요. 손자병법에서, 전쟁은 원하는 장소와 시간, 원하는 조건하에서 벌릴 때 승리하는 거라 했었죠? 전장에 나가선 승리를 확인하는 거라구요. 타미는 바로 그렇게 했습니다.
먼저 이 쇼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소비자에게 타미는…사실 그냥 할아버지에요. 그래서 그는 지지 하디드(Gigi Hadid), 즉 타미 팬들의 워너비 스타를 데려와 콜라보를 합니다.
그리고 ‘수지 멘키스’니, ‘안나 윈투어’니..이런 분들은 패션계 사람들끼리 모여서 쇼를 할 땐 인플루언서지만, 이 분들도 소비자들에겐… 사실 그냥 할머니에요. 그래서 소비자들의 진짜 인플루언서, SNS 스타 들을 대거 초대하죠. 그래야 이들이 SNS에서 잔뜩 올려주지 않겠어요?
또 타미는 참을성 없는 소비자를 위해 “카니발”을 벌여 그들이 쇼를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한 거죠. 실제 쇼들은 30분 늦게 시작하는 건 기본이에요…마크제이콥스..최장 2시간까지 기다린 적 있구요…전문가끼리 쇼를 할때는 서로 한 가족이니까 교양으로 참아주지만…일반 소비자라면…이거 용서가 되겠어요..?
SNBN 전략의 핵심은 “소비자는 인내심이 없다”와 “소비자는 까먹는다”를 인정하는데 있어요. 지금 쇼를 해서 와아~ 하는 반응을 얻어봐야, 바로 팔지 않으면 소비자는 내일 까먹어요. 왜냐면 당장 팔지 않으면, 또 다른 제품이 내일은 쏟아지잖아요. 그래서 타미는 물들어 올 때 노 젓기로 작심한 거죠.
즉, 타미힐피거는 그저 ‘재밌게’ 해보자가 아니라, 그 재밌음이 비즈니스로 확실히 연결되겠끔 미리 세밀한 전략을 짰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 잘 될 수 밖에요!
반면…랄프는 갈길이 멀었답니다…왜냐면 SNBN은 젊은 소비자일수록 통하는 전략인데..랄프 고객은 그리 젊지 않아요…게대가 쇼 하는 날, 자기 플래그십스토어들을 닫았죠. 그리고 그 스토어에서 쇼를 했어요. 그런데 사실 SNBN은 쇼를 하면, 스토어건 어디건 바로 살 수 있어야 정상이잖아요? 스토어는 닫았고, 온라인은 없었으니…모든 게 어색했어요. 랄프의 SNBN 담당자는 한번 하고 회사를 나왔답니다..3분기 실적은..12%나 주저 앉음….
또 하나 성공 사례 버버리를 볼까요? 버버리는 사실 공식적으로는 자기네 쇼가 성과가 좋았네 나빴네 아무 얘기 안하고 있어요. 하지만..스물스물.. 뒤로 조용한 소식들이 전해져 왔어요. 무려 1500만명이 버버리 쇼를 SNS로 보았단 사실과..그 때 공개된 브리들백(Bridle Bag)이 지금 버버리 역대 판매 3위를 기록하고 있다네요!
옛날 같았으면, 지난 9월에 쇼를 했으면, 아마 지금쯤 매장에 나오기 시작해야 정상이에요. 그랬으면 이런 판매 기록을 세울 수가 없죠. 하지만 9월에 쇼를 하고 그 때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니, 판매 기간이 이미 4개월이나 앞당겨져 이 기간 동안의 성과가 회사에 캐시플로우로 들어오고 있어요.
버버리는 소비자가 그다지 젊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오랜 기간 디지털 친화적 정책을 써온 덕에, 네티즌 팬층을 두텁게 확보했고, 적어도 이들은 다 젊은 친구들이었다는 거죠. 특히 ‘중국’에서의 버버리 네트워크는 대단해요.
패션쇼는 모든 디자이너의 계륵이에요. 그들은 낭만으로 한다기 보다, 쇼에 성과가 있건 없건, 하지 않았을 때 망각되는 것이 더 두려운 건지도 몰라요. 이 쇼를 실제로 비즈니스와 연결시키는 건 쉽지 않아요. 우리 서패위도 그렇지만, 4개 패션위크도 실제 수주율은 너무나 낮답니다.
이건 뭘 뜻하는 걸까요? 쇼-수주의 연결이 중심이 되던 시대는 이제 끝나고 있다는 거에요. 누가 열심히 안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다기 보다, 시대에 잘 안맞는 방식인 거죠. 어떻게 비즈니스와 연결하는게 좋을까요? 이건 전세계 패션 디자이너 모두의 숙제랍니다.
곧 있을 서패위. 사실 저는 굉장히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헤라(Hera)라는 스폰을 잡은 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 이건 정말 너무너무 칭찬해야 할 부분 이에요. 쇼는 원래 정부 돈이나 국민 세금으로 하는게 아니잖아요.
밖에서 보긴 답답한 면이 아직 있을 수 있겠지만, 너무 오지 않는 바이어를 지적하며 비판하지 말고, 그 지혜를 모아 다른 출구를 찾는것도 필요해 보여요.
낼 뵈요~